| [취재수첩]풍경을 완성할 '머묾'의 설계 김은지 산업부 기자
광남일보@gwangnam.co.kr |
| 2026년 03월 15일(일) 1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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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지 산업부 기자 |
일본 야마가타현 쇼나이 평야 한가운데 자리한 ‘스이덴 테라스’는 이를 증명하는 상징적인 사례다. 끝없이 펼쳐진 논 사이에 마치 떠 있는 듯한 형상으로 지어진 이 호텔에는 매년 수만 명의 발길이 이어진다. 단순히 건축미가 뛰어나서만이 아니다. 이곳은 숙박 시설이라는 외피 안에 도서관과 교육 프로그램, 첨단 농업 연구소, 청년 채용 시스템을 결합한 복합 공간으로 작동한다. 관광객이 머무는 ‘하루’를 지역의 농산물 소비와 지식 공유, 그리고 인구 유입으로 연결하는 ‘지역 경제 플랫폼’을 설계한 셈이다.
이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한 숙소의 성공담이 아니라 지방이 직면한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호텔은 더 이상 관광객만 모으는 부대시설이 아니라, 지역 산업 구조를 확장하고 새로운 순환을 만들어내는 거점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구조적 접근’은커녕 기본적인 인프라조차 위태로운 실정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고 대규모 국제 컨벤션을 연이어 개최하며 ‘글로벌 도시’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비즈니스 파트너와 고부가가치 관광객을 품을 ‘그릇’은 턱없이 부족하다.
앞으로도 호텔 유치를 단순히 민간 업자의 수익 사업으로만 치부하거나, 관광객의 하룻밤 잠자리로만 한정 짓는다면 변화는 요원하다.
현재 광주가 겪고 있는 고품격 숙박 시설의 부재는 단순한 ‘방 개수’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가 창출할 수 있는 경제적 낙수효과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것과 같다. 관광객의 방문이 지역의 생산과 고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일회성 소비로 휘발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방 소멸의 파고는 이미 높다. 이제는 ‘얼마나 많이 오는가’보다 ‘얼마나 깊게 머물며 지역과 연결되는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지역 관광의 경쟁력은 시설의 화려함이 아니라 구조의 설계에 달려 있다. 숙박 시설 하나가 지역 자원과 연결되고, 사람과 일자리를 묶어내는 거점이 될 때 비로소 지역 경제는 새로운 순환을 만들 수 있다.
관광은 풍경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풍경 속에서 사람들이 머물고 일하며 살아갈 수 있는 구조가 있을 때, 비로소 지역은 지속 가능한 이야기를 갖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