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산불 예방, 작은 실천이 우리의 미래를 지켜줍니다

임동곤 전남소방본부 예방안전과장

광남일보@gwangnam.co.kr
2026년 03월 16일(월) 19:03
임동곤 전남소방본부 예방안전과장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다. 산과 들에는 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고, 화사한 봄꽃들이 상춘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하지만 이처럼 따스하고 아름다운 봄기운과 함께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산불’이다. 매년 이맘때면 건조한 대기와 잦은 강풍으로 인해 작은 불씨가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는 대형 화재로 번지며, 수십 년간 가꿔온 소중한 산림과 도민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곤 한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봄철 가뭄이 길어지고 산불의 규모 또한 대형화되는 추세여서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산불 발생 원인의 대부분은 입산자 실화(32%)나 논·밭두렁 소각(23%), 담배꽁초 무단 투기 등 우리 주변의 아주 사소한 부주의에서 시작된다. ‘나 하나쯤이야’ 혹은 ‘잠깐이면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불러오는 것이다.

특히 전남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섬과 긴 해안선을 보유하고 있는 아름다운 고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리적 특성상 쉴 새 없이 불어오는 강한 해풍은 작은 불씨도 수백 미터 밖으로 날려 보내어 대형 산불로 확산시키는 매개체가 된다. 게다가 농경지와 인접한 산림이 많고 농어촌 지역의 고령화가 진행돼, 영농 부산물이나 쓰레기를 태우다 산으로 불길이 옮겨붙었을 때 초기 대피나 자체 진화가 어려워 인명 피해로 이어질 위험성도 매우 크다.

이에 전남소방본부는 산불로부터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다각적이고 선제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내 산불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산불대응전담팀을 신설해 체계적인 지휘망을 구축했으며, 산불 발생 위험이 높은 지역 인근의 119안전센터 4개소를 거점안전센터로 지정해 초기 진압력을 높였다. 또한 비상소화장치를 마을 단위로 추가 설치하고, 산불 특화형 고압 펌프 등 전문 진압장비를 지속적으로 보강하고 있다. 아울러 의용소방대원들과 함께 산림 인접 마을과 등산로 주변 취약 지역 순찰을 강화하며 24시간 상시 출동 태세를 확고히 하고 있다.

하지만 험준한 산악 지형과 걷잡을 수 없는 바람 앞에서는 관 주도의 소방력만으로 산불을 완벽히 막아내는 데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산불 예방은 소방관들만의 몫이 아니라, 산을 찾고 숲을 누리는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일상의 약속이자 가장 확실한 대책이기 때문이다. 산불로부터 안전하고 푸른 전남을 만들기 위해 도민 여러분께 다음 세 가지 실천 수칙을 간곡히 당부드린다.

첫째, 산림 인접 지역에서의 소각 행위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 논·밭두렁을 태우는 행위는 해충 방제 효과보다 산불 발생 위험이 커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 수확 후 남은 영농 부산물은 소각 대신 파쇄기를 이용해 안전하게 처리해야 한다.

둘째, 산행 시 인화 물질을 아예 소지하지 말아야 한다. 봄의 정취를 만끽하기 위해 산을 찾는 등산객이 늘어나는 시기다. 입산 시에는 라이터나 성냥 등 불씨를 만들 수 있는 물건은 애초에 집에 두고 올라야 하며, 산림 내 지정되지 않은 장소에서의 취사 행위나 야영, 흡연은 절대 금물이다. 나의 작은 즐거움과 편리함이 수많은 생명과 터전을 앗아가는 참사로 이어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셋째, 산불 발견 시 즉시 신고하는 투철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산불은 초기 진압이 성패를 가른다. 불길이 커지기 전, 발생 초기에 헬기와 진화 인력이 투입돼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산행 중이나 운전 중 연기나 불꽃을 발견하면 머뭇거리지 말고 즉시 119나 지자체 산림부서에 신고해야 한다. 이때 스마트폰의 GPS 기능을 활용하거나 주변의 철탑 번호, 눈에 띄는 지형지물을 함께 알려주면 소방대의 신속한 골든타임 확보에 큰 도움이 된다.

한 번 소실된 산림을 원래의 모습으로 복구하는 데는 30년에서 길게는 100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무심코 던진 불씨 하나가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산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안전은 ‘설마’ 하는 마음을 버리고 ‘혹시나’ 하는 조심성에서 시작된다. 전남소방본부는 앞으로도 현장에서 발로 뛰며 도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책임질 것이다. 도민 여러분께서도 산불 예방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동참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우리 모두의 관심과 작은 실천이 하나둘 모일 때, 비로소 전남의 푸른 산은 내일도 우리 곁을 든든히 지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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