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착 내려놓으니 숨이 자유롭게 쉬어지더군요" ■10년만에 개인전 여는 주라영 작가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
| 2026년 03월 23일(월) 18: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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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전시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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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라영 제13회 개인전 ‘삶은 기적’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생각상자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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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만에 열세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는 주라영 작가가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
다행히 초기여서 천만다행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생명이 무엇인가’나 그 소중함 정도는 일깨우는 기회가 됐을 터다. 그의 화폭은 지금 시간이 불타오르는 듯하다. 그것은 생명에의 경외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보면 팝아트를 보는 듯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무언가 사연 혹은 곡절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믿음이 들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가 설치와 조각, 회화, 영상,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복합미술을 추구한데서 이런 칼라에 대한 색감 추구는 단순한 취향이라기보다는 작가가 처한 현실에 대한 인식 정도로 이해됐다. 그런데 그의 이력 조금만 들어가보면 쉽게 직감할 수 있다.
주인공은 인도에서 고대 벽화를 공부했고, 전남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바 있는 주라영 작가가 그다. 그는 정든 광주를 떠나 대전에 이어 세종에 머물며 5년째 작업을 하고 있지만 그간 작업했던 화폭을 고향 광주에서 풀었다.
암 투병 이후 그는 확실히 그림에 대한 시각이 변했다. 칼라가 증폭한 이면에는 암 진단 이후 세 개의 장기 일부를 적출하는 등 충격이 컸던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작품활동을 해오면서 살아온 시간에 대한 자성의 시간을 가진 듯하다.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다 비우고 내려놓았다. 부질없다”고 들려줬다. 삶 태도의 각성이 촉발된 것이다. ‘인간’을 주제로 많이 고민을 해온 작가였다. 그런데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기적같은 일이라는 소회를 들려줬다.
“세끼 밥을 꾸준히 챙겨 먹어야 되고, 순환할 수 있게 몸에 에너지가 돌 수 있도록 노력을 안 하면 안되는 거더라고요. 아니면 계속 누워 있게 되잖아요. 일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써야 되고, 이런 걸 생각해 보니까 진짜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구나 하는 생각을 계속 했었거든요. 엔트로피 법칙(무질서, 즉 혼돈의 정도를 나타내는 물리량)에 반하는 삶을 살고 있구나도 생각했구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또 아파버렸고, 진짜 내가 살아있는 게 기적이구나 다시금 느끼곤 했습니다. 그래서 전시 타이틀을 ‘Life Is a Miracle’(삶은 기적)로 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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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진다 I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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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무엇을 보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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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fe is a Miracle 시리즈 중 ‘#Miracle-FACE9’ |
그 전에는 생존만을 위해 살았고 이 사회에 발을 붙이고 살려 했던 것인데, 현재는 뇌가 각성이 됐다는 말로 대신한다. 지금부터 살아가는 시간들은 진짜 소중한 시간이 됐고, 이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을 뿐만 아니라 뭔가 많이 비우고 내려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깨우침 혹은 깨달음이 그의 화면에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는 셈이다.
“헐떡거리며 살았다고 하면 현재는 호흡이 아주 느려졌죠. 이제 10가지 일이 생기면 한 가지만 해요. 그리고 나머지 시간들은 저를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는데, 차 마시는 등 사생활을 위한 시간을 갖고 그러네요. 가까운 사람들에게 더 시간을 할애하고 또 웃을 수 있는 시간들을 많이 만들까 생각합니다. 아울러 취미생활을 좀 하고요. 실제 그렇게 했더니 저한테 주어진 시간이 너무 많은 거예요. 삶의 매 순간이 감탄과 탄식, 생명에 대한 기적이라고 느끼죠. 완전 삶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숨을 자유롭게 쉴 수가 있고 이제 집착이 사라졌어요.”
이처럼 삶의 태도가 변하면서 그는 원색적이고 원초적인 색깔을 찾아 갔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 짝으로 은근하게 드러나는 느낌들을 잡아가고 있다. 사람들의 삶 역시 강렬한 이미지가 있지만 있는 듯, 없는 듯 공기같은 사람들이 부지수라는 점에서 하나의 깨침을 얻은 듯 싶다. 그러면서 굴곡을 통해 시각적 촘촘함을 추구하고 있다. 가령 굴곡에다 검정색을 발라 더 깊어져 보이게 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이번 그의 개인전은 각별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저 햇수만 더하는 자리가 아니라 인생 전반에 대한 성찰을 화폭에 담아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체적 분위기 톤이 우울하고 진지한 것만은 아니다. 한 마디로 화폭에서만큼은 ‘경쾌하다’로 정리할 수 있다.
전시는 작가가 10년 만에 여는 열세번째 개인전으로 지난 2일 개막, 오는 29일까지 갤러리 생각상자에서 계속된다. 출품작은 근래 작업한 소품 103점과 1년에 1점씩 작업한 대작을 망라한 총 130여점.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