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쇼크’ 산업계 비상…생필품 품괴·가격도 껑충

여천 NCC 등 석유화학 기업, 가동 중단·긴급 대응
식품·자동차 이어 플라스틱 제조업체 등도 직격탄
종량제봉투·비닐대란에 사재기 조짐…소비자 불안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2026년 03월 26일(목) 17:20
중동사태로 나프타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26일 광주 광산구 하남공단의 한 농사용필름 생산공장에서 작업자가 필름생산라인을 지켜보고 있다, 해당 공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필름 생산용 원자재가 적정재고분의 절반만 남아 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지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유가 급등과 나프타 공급 불안이 동시에 겹치면서 원재료 가격이 치솟고, 일부 품목은 수급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당장 가격 인상으로 버티고 있지만, 사태가 더 장기화하면 지역 산업계에서 ‘연쇄 셧다운’이 현실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나프타 수급 난항…식품·자동차업계 골머리

나프타는 석유화학 산업에 필수적인 기초 원료로 분해시설(NCC)에서 에틸렌·프로필렌 등을 생산한다.

국내 정유사에서 일부 생산하지만 전체 소비량의 절반 수준은 수입으로 대체되며 이번 중동 사태로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국내로 수입되는 나프타는 54%에 이른다.

나프타 도입이 차질을 빚자 LG화학·롯데케미칼·여천NCC 등 주요 석유화학 기업이 일부 설비의 가동을 멈추거나 조정하며 긴급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나프타는 원유 정제과정에서 얻는 석유화학 기초원료로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거쳐 가공된 플라스틱 수지(PE·PP·PET)가 비닐·용기·트레이 등 포장재로 사용된다.

또 에틸렌은 플라스틱·합성섬유·합성고무·화학제품의 원료다. 나프타 수급 차질로 인해 이를 활용하는 섬유, 패션, 화장품, 플라스틱, 보일러, 전자제품, 자동차 등 전 산업계가 연이어 멈출 위기에 놓였다.



△플라스틱 수급 차질에 중소기업 중단 위기

석유화학 원료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플라스틱 제품 제조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생수병과 세제통 등 생활필수품 용기 생산에 차질이 생기며 ‘품절 대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동 사태 후 플라스틱 중소 제조사의 71.1%가 공급사로부터 원료 공급 축소 및 중단 가능성 안내를 받았다. 가격 인상을 통보받은 기업도 92.1%로 집계됐다.

실제 26일 한국플라스틱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최근 석유화학사는 기존 t당 110만~145만원 수준이던 폴리에틸렌(PE) 가격을 200만원까지 인상했다.

중소업체 비중이 높은 업계 특성상 원가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업체 중 급등한 원재료 가격에 생산을 포기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한 플라스틱 배달용기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다음 달부터 생산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

A씨는 “이달 중순부터 원재료 가격이 인상됐지만 추가 인상까지 예고돼 부담이 크게 늘었다”며 “원재료 수급도 4월부터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까지 돌아 생산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중동사태 ‘불똥’ 도료·건자재 업계도

최근 노루페인트와 삼화페인트는 유가 급등에 직접 노출된 신나류 제품 가격을 각각 최대 55%, 40% 가량 인상했다.

KCC도 거래처와 대리점에 건축용 도료와 플랜트 도료, 공업용 도료 등의 가격을 최대 40% 올리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으며, 강남제비스코 역시 4월부터 품목별로 최소 15% 인상에 나선다.

도료 산업은 수지, 용제, 안료 등 석유화학 기반 원료 비중이 높아 유가와 나프타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

특히 신나류는 원가 부담이 가장 먼저 반영되는 품목으로 꼽힌다.

PVC, 가소제, MMA 등 주요 원재료 상당수를 NCC에서 공급받는 건자재 업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석유화학 업황 악화와 중동 사태가 맞물리며 NCC 가동률이 하락하고, 일부 공장 가동 중단 우려까지 커지면서 건자재 업계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섰다.

해당 여파는 건설 현장으로도 번질 가능성이 있다. 철근과 콘크리트를 제외하면 건축 자재 상당수가 석유화학 제품과 연결돼 있는 만큼, 원재료 공급 차질이 누적되면 자재 생산 중단과 납기 지연이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불안감, 소비자까지 확산

업계의 불안한 상황은 소비자에게 불안감으로 전달되면서 곳곳에서 생필품 사재기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생수·화장지·비닐봉지 등 주요 생활용품이 적힌 ‘사재기 목록’을 공유하거나 매장별로 재고분을 공유하는 글까지 등장했다.

특히 종량제 봉투 사재기 현상이 확산하면서 정부가 긴급 수급 관리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제작 단가 급등과 가수요 폭발이 맞물리며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실제 이날 서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는 종량제 봉투를 사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마트 직원들은 붐비는 시민들에게 “종량제 봉투는 1인당 2장씩만 구매할 수 있습니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시민 B씨는 “최근 별 생각 없이 집 근처 마트에 종량제 봉투를 구매하러 갔는데 요즘 봉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을 들었다”며 “지인 중 일부는 삼삼오오 그룹을 만들어 마트 곳곳을 다니며 봉투를 구하는 대로 나누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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