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봄의 전령사가 남긴 잿빛 상처, ‘들불’은 예방할 수 있는 인재(人災)다

이달승 전남소방본부 화재대응과장

이달승 gn@gwangnam.co.kr
2026년 03월 31일(화) 16:07
이달승 전남소방본부 화재대응과장
봄철은 건조한 기상과 강한 바람, 그리고 본격적인 영농활동이 맞물리며 들불화재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시기이다.

논·밭두렁 정리, 영농부산물 및 생활쓰레기 소각 등 일상 속 사소한 부주의가 자칫 대형 산불로 확산되거나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에 전남도소방본부는 매년 봄철 들불화재 중점 관리를 위해 선제적 예방활동과 함께 도민 여러분의 자발적인 안전실천을 적극 당부하고 있다.

통계는 들불화재의 위험성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최근 5년간 전남도에서 발생한 들불화재는 총 1120건으로, 이로 인해 사망 4명. 부상 26명의 인명피해와 6억6000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전남 전체 화재 발생 현황에서도 들불화재는 최근 5년 평균 연 224건 수준으로 결코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화재 원인이다. 최근 5년간 전남 들불화재 1120건 중 1098건이 부주의에 의해 발생해 전체의 98%를 차지했다. 이는 들불화재가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난이 아니라, 대부분이 예방 가능한 인재(人災)임을 의미하며, 우리가 조금만 조심하면 화재의 98%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쓰레기 소각, 논·밭두렁 태우기, 담배꽁초 투기, 용접 작업 중 불티 비산과 같은 사소한 부주의가 곧 대형재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실제 들불은 초기에 작아 보여도 건조한 기상과 강풍을 만나면 순식간에 확산된다.

특히 전남은 산림과 농경지, 마을이 인접한 지역이 많아 들불화재가 산불로 확대되거나 주택, 창고, 축사, 비닐하우스 등 생활공간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한 번 번진 불길은 막대한 소방력 동원은 물론 주민 대피와 지역사회 불안으로 이어지게 된다.

전국적인 상황도 다르지 않다. 최근 5년간 전국 들불화재는 4252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사망 20명, 부상 129명의 인명피해와 42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전국적으로도 주요 발화요인은 부주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들불화재 예방의 핵심은 결국 국민 개개인의 안전의식과 실천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작은 불씨 하나가 소중한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작년 4월 화순에서 80대가 양봉훈연기 사용 부주의로, 올해 3월 나주에서 70대가 농부산물 소각 부주의로 인해 사망했다. 이처럼 들불화재는 단순한 야외 소각 사고가 아니라, 언제든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화재이다.

도민 여러분께 드리는 당부는 첫째, 논·밭두렁이나 생활쓰레기 소각은 절대 삼가야 한다. 둘째, 입산이나 영농작업 시 화기 취급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셋째, 바람이 강한 날에는 작은 불씨도 대형화재로 번질 수 있는 만큼 불을 피우는 행위 자체를 멈춰야 한다. 넷째, 화재가 발생하면 무리하게 혼자 진화하려 하지 말고 즉시 119에 신고한 뒤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소방은 언제나 현장대응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들불화재의 경우 현장대응보다 예방이 훨씬 중요한 이유는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 몇 분 사이에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들불화재를 막는 가장 강력한 소방력은 도민 한 분 한 분의 세심한 주의와 책임감 있는 행동이다.

올봄에는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방심 대신, ‘작은 불씨도 큰 재난이 된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예방은 선택이 아니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책임이다.

전남도소방본부도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예방과 대응에 최선을 다 하고 있는 만큼 들불 없는 안전한 봄을 만드는 데 전남도민 모두가 함께 해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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