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여파에 원자재값 급등…인쇄 업계 ‘직격탄’

잉크·종이 최대 30% 인상 압박에도 납품 단가 반영 못해
지선 특수 기대감도 ‘흔들’…물량 감소·수익성 악화 우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2026년 04월 05일(일) 18:08
광주 동구 인쇄의 거리
중동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와 석유화학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광주지역 인쇄·현수막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종이와 잉크, 현수막 원단 등 주요 자재 가격이 잇따라 오르고 있지만, 기존 납품 단가에 이를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로 인해 업체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종이와 잉크, 나프타 기반 원단 가격이 최대 30%까지 인상될 수 있다는 통보가 이어지면서 현장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잉크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는 만큼 국제 유가 변동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광주 동구 인쇄의 거리에서 30년 넘게 영업을 이어온 한 업체 대표는 “최근 몇 년간 자재값이 꾸준히 올랐지만 올해는 인상 폭이 훨씬 커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선거 물량을 대비해 미리 확보하려 해도 보관 공간과 비용이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쇄용품 비축으로 4월까지는 버틸 수 있지만, 물량이 소진되면 지금과 같은 영업은 힘들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인쇄용 잉크는 1㎏당 7000~9000원 수준이지만 추가 인상 가능성이 거론된다. 종이값 역시 크게 올라 B2 용지 1000매 기준 가격이 과거 6만원대에서 최근 9만원대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공공기관 입찰로 체결된 계약은 단가 조정이 어려워 업체들이 비용 상승분을 떠안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납품 단가를 올리면 거래가 끊길 수 있고, 그대로 유지하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며 “사실상 선택지가 없다. 발주처를 찾아가 원료가격 상승분을 계약단가에 반영해 달라고 사정해 봐야겠다”고 토로했다.

현수막 제작 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동구의 한 업체는 최근 원단 공급업체로부터 최대 30% 가격 인상 계획을 통보받았다. 현수막 원단 역시 석유화학 제품으로 유가 상승과 공급 불안의 영향을 받고 있다.

현재 가로형 현수막은 규격과 품질에 따라 1장당 3만~7만원 수준이며, 대량 주문 시 단가가 낮아진다. 여기에 설치와 철거 인건비가 더해지면 실제 비용은 5만~10만원대에 이른다. 업계는 향후 원가 상승이 본격 반영될 경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가격을 올리면 주문 감소로 이어지고, 유지하면 적자가 발생하는 구조적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기존 재고로 버티고 있지만 신규 물량부터는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다가오는 지방선거 특수에 대한 기대도 예전 같지 않다. 통상 선거철은 공보물과 현수막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지만, 제작 단가 상승으로 후보자들이 물량을 줄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책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공보물이 8페이지 이상 제작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페이지 축소 등 비용 절감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일감은 줄고 원가는 오르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 인쇄·현수막 업계는 대부분 중소업체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가격 협상력이 낮고 원자재 의존도가 높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로 인해 외부 변수에 더욱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는 단기적으로 공공부문 계약 단가 조정 등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원가 구조 개선과 공동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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