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수첩]‘고유가 지원금’ 단기 처방 넘을까 이승홍 경제부 부장
이승홍 기자 photo25@gwangnam.co.kr |
| 2026년 04월 13일(월) 15: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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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원책의 구조는 비교적 명확하다. 취약계층일수록 더 두텁게 지원하는 ‘선별적 보편성’ 모델이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60만원, 차상위·한부모 가정에는 50만원, 나머지 소득 하위 70%에는 15만원이 지급된다. 중앙정부 방침과 궤를 같이하면서도, 광주시는 지역 여건에 맞게 지급 대상과 규모를 구체화했다. 특히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소득 하위 계층을 선별하는 방식은 행정 효율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정책의 핵심은 ‘얼마를 주느냐’보다 ‘어디에 쓰이느냐’에 있다. 지원금은 지역사랑상품권, 카드 포인트, 선불카드 등으로 지급되며, 사용처는 광주 지역 내 연 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업종으로 제한된다. 사실상 지역 골목상권에 직접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구조다. 이는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당시에도 단기적인 소비 진작 효과는 분명했다. 이번 역시 유사한 효과를 기대하는 이유다.
문제는 ‘일회성 지원’의 한계다. 고유가와 고물가가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이번 지원금이 근본 처방이 되기는 어렵다. 소비 진작이라는 단기 처방과 함께 구조적인 물가 대응 전략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정책 효과는 빠르게 소멸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원금 사용 기한이 8월 말로 제한된 점도 ‘속도전’에 초점을 맞춘 정책임을 보여준다.
광주와 전남의 행정 통합 논의와 맞물린 변수도 있다. 현재 기준으로는 지원금 사용이 광주지역으로 한정되지만, 향후 통합 이후 사용 범위 확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생활권은 이미 광역화됐는데, 소비권은 행정 경계에 묶여 있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정책 효율성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시간을 버는 정책’이다. 급격한 외부 충격으로부터 시민의 삶과 지역경제를 일단 지켜내기 위한 버팀목이다. 의미는 분명하다. 그러나 그 다음이 더 중요하다. 에너지 비용 절감, 자영업 생태계 복원, 지속 가능한 소비 구조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번 지원금은 또 하나의 ‘소비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승홍 기자 photo25@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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