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투표지분류기 해킹 가능? 부정선거 의혹 뜯어보니

김지영 보성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과장

김지영 gn@gwangnam.co.kr
2026년 04월 13일(월) 17:04
김지영 보성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과장
“대중은 왜 정보를 왜곡하거나 편향적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이 믿고 싶은 사실만 선택적으로 수용하려 할까.” 확증편향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신념이나 가치관을 강화하려는 인간의 인지적 경향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일치하는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는 반면, 반대되는 사실이나 과학적 근거는 의심하거나 배척하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확증편향은 선거 과정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유리한 정보는 적극적으로 수용하지만, 그렇지 않은 정보는 부정하거나 양비론으로 흐르며, 심지어 근거 없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최근 일부 정치인들이 ‘부정선거’를 주제로 장시간 유튜브 생중계 토론을 진행한 바 있다. 약 7시간 동안 이어진 이 토론에서 한 참가자는 “투표지분류기를 전자개표기라고 부르며 외부에서 해킹 프로그램을 심어 개표 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이거나 과학적인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이는 선거 시스템과 장비에 대한 기술적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오해이며,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음모론에 가깝다.

해킹은 기본적으로 외부와의 통신 연결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투표지분류기는 무선 인터넷 접속 기능을 갖춘 장치가 아니며, 외부 네트워크와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운영된다. 따라서 외부에서 해킹을 통해 개표 결과를 조작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해당 장비를 구동하는 운영 프로그램은 인가된 보안 USB를 통해서만 설치되며, 설치 이전에 정당과 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보안자문위원회의 검증을 거쳐 안전성이 확인된다.

개표 과정 역시 다중 검증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투표지분류기를 통과한 투표지는 전량 수작업과 육안으로 다시 확인되며, 개표 현장에는 공무원, 개표사무원, 정당 및 후보자가 추천한 참관인 등 약 10만 명이 참여한다. 이처럼 여러 단계의 검증 절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특정 장비의 조작만으로 개표 결과를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부에서는 특정 선거에서 한 후보자의 표가 연속적으로 분류되는 장면을 근거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개표 과정 중 재확인 절차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미 후보자별로 분류된 투표지 묶음을 다시 분류기에 넣는 과정에서 특정 후보 표가 연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모든 후보자에게 동일하게 발생할 수 있다. 일부 영상은 이러한 맥락을 제거하고 특정 장면만을 편집해 오해를 유도한 것이다.

우리나라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결과가 실물 투표지에 근거하며, 투표지 이미지는 개표 종료 이후에도 삭제하지 않고 당선인의 임기 중 보관하여 필요 시 언제든지 재검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투표지분류기가 도입된 이후 전국에서 수십 차례 재검표가 실시됐지만, 선거 결과가 바뀐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는 오히려 분류기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입증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투표지분류기는 어디까지나 수작업 개표를 보조하는 장치일 뿐, 결과를 자동으로 결정하는 전자개표기가 아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표지분류기의 역할은 단순히 수작업 개표를 보조해 주는 장치에 불과할 뿐, 전자개표기가 아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사실을 유권자들이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선거 관리 절차의 하자나 의혹을 짚어내고 바로잡는 것은 유권자의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객관적 근거 없이 불법 가능성이나 막연한 의혹만 제기하는 것은 사회 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선거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하는 행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는 6월 3일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다. 지금 선거관리위원회는 투·개표 절차를 투명하게 보여드리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유권자는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도록 선거장비·시스템의 신뢰성과 그 운영 방식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며, 투·개표 절차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더 나은 제도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편견을 거두고, 그 과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현명함과 혜안이 필요하다.

또한 부정선거 의혹·주장에 대한 정확한 선거정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식 홈페이지(www.nec.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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