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나프타 쇼크’…동물병원도 의료제품 수급 ‘비상’

일회용 주사기 관리 ‘사각지대’…하루 사용량·재고 파악 불가
동물 의료용품 관심 부족…대한수의사회 정부 주요 부처 공문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2026년 04월 13일(월) 17:55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주사기 개당 100원 안팎으로 구매했는데 최근에는 가격도 많이 올랐고, 구매 자체가 힘들어 난감합니다.”

중동 사태가 길어지면서 빚어진 이른바 ‘나프타 쇼크’ 여파가 수의업계까지 번지며 수의사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 진료 현장에서 주사기, 수액 포장재, 의료용 마스크·장갑 등을 구하지 못하거나 비싸게 구매해야 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사태가 발발하기 전에는 주사기 한상자당 가격이 5000∼7000원 선이었던 반면 최근에는 1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

실제 일회용 주사기와 주삿바늘 가격이 15~20% 인상되고, 일부 품목은 구매 제한이나 주문 취소까지 발생하는 등 공급 불안이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프타 가격 상승 영향 등을 이유로 일부 업체는 최대 30%까지 공급가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사기는 의약품과 달리 상당 부분이 병원 자체 구매나 민간 유통업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공급된다.

때문에 국가가 생산·출고·사용 흐름을 일괄적으로 추적할 수 없어 병원별 재고와 소진량 역시 중앙에서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일부 의료용품 판매 업체는 ‘중동 사태로 인한 나프타 수급 불안정으로 품목의 출고가 지연되고 있다’는 안내를 이어나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의료소모품이 사람뿐 아니라 동물의료에서도 동일하게 사용된다는 것이다.

서구의 한 동물병원은 최근 주사기를 구하지 못해 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원장은 “의료용 장갑·마스크가 부족하다는 말도 있지만 가장 시급한 건 주사기 공급이다”며 “온라인상에서는 ‘품절’이거나 가격이 터무니 없이 비싸 구매를 하는데 부담이 된다”고 전했다.

이어 “일주일 정도 진료를 할 수 있는 재고분이 있지만 주사기 수급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다면 하루 동물 진료 수를 정해야 될 판이다”고 토로했다.

아픈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들도 상황이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1일 2~3회씩 피하 수액을 놓아야 하는데 주사기와 나비침이 품절되고, 그나마 파는 사이트들은 가격을 두 배 이상 올리는 경우도 발생했다.

때문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반려동물에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방법 등을 공유하기도 하는 상황이다.

30대 B씨는 “최근 수액 투여에 사용하는 ‘나비침’을 온라인으로 주문했는데 며칠 뒤 업체로부터 ‘수급문제로 배송이 어렵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반려견이 만성 질환을 앓고 있어 하루 1~3차례 피하 수액을 투입해야 하는데 주사기를 구할 수 없어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주사기를 재사용하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인체 의료제품을 중심으로 대응에 나서는 모습에 동물 의료용품 분야가 정책적 관심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 등 의약품 등 포장재 가격 상승과 재고 감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동물 의료용품에 대한 별도의 언급이나 논의는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앞서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단체 12곳 관계자를 만나 의료제품 수급상황을 점검하고 대응 계획을 밝히는 자리에서도 대한수의사회와 한국동물약품협회는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수의사회는 최근 “정부 차원에서 의료제품의 수급안정을 위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으나 동물의료 분야는 관련 논의에 포함되지 못해 수의사의 진료업무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며 “동물병원에 필요한 방역·의료 제품 공급에 차질 없도록 조치해달라”고 주요 정부 부처에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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