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200만원 훌쩍"…‘칩플레이션’에 소비자 울상

반도체 가격 상승에 LG·삼성, 노트북·태블릿 가격 인상
AI 수요 서버 급증 영향…내년까지 수급 불안 지속 전망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2026년 04월 13일(월) 17:55
13일 광주 동구 한 컴퓨터 매장에 노트북이 진열돼 있다.
반도체 가격 상승과 환율 부담, 공급 불안이 겹치면서 노트북과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른바 ‘칩플레이션(Chipflation)’ 여파가 일상으로 번지면서 광주지역 소비자들도 새 학기 준비와 취업, 업무에 필요한 기기 마련에 적잖은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13일 IT·전자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최근 주요 노트북과 태블릿 PC 제품군의 가격을 잇달아 상향 조정했다.

LG전자는 지난 1일부터 노트북 그램의 일부 모델 가격을 약 40만원 인상했다. 앞서 지난 1월 신제품 출시 당시에도 전년 모델 대비 30~50만원의 가격 상승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3개월 사이 두 차례나 가격이 뛴 셈이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7일부터 갤럭시북6 시리즈 가격을 사양에 따라 최소 17만원에서 최대 90만원까지 인상했다. 고성능 모델인 갤럭시북6 울트라는 최대 90만원, 보급형 라인인 갤럭시북6와 갤럭시북6 프로역시 각각 최대 88만원, 68만원씩 가격이 올랐다. 태블릿 PC인 갤럭시탭 S11 울트라 등도 최대 15만원가량 상승했다.

이 같은 IT 기기 가격 인상 흐름에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가격은 2025년 4분기 대비 최대 90% 이상 상승했다. 낸드플래시 등 저장장치 가격도 공급 부족으로 80%나 올랐다.

최근 인공지능(AI) 서버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제조사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용량 메모리 생산에 집중한 영향이다. 이로 인해 범용 메모리 공급이 상대적으로 줄며 부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특히 이번 상승세에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 해상 물류비 증가, 고환율이 동시에 겹쳤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입 부품 비중이 높은 IT 기기 가격을 직접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광주 지역 소비자들에게도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수도권에 비해 선택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이 제한적인 데다, 인기 모델은 서울·수도권 물량부터 우선 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온라인 구매도 대안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 과제나 취업 준비, 재택근무처럼 당장 기기가 필요한 사람들은 배송 지연을 감당하기 어렵다.

광주 북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이수현씨(27)는 “서울은 행사도 많고 할인도 자주 하는데, 지방은 체감상 선택지가 적다”며 “같은 돈을 내도 더 늦게 받고, AS도 불편한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지난해 가격대라면 부모님 도움을 조금 받아서 살 수 있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예산을 훌쩍 넘기는 탓에 중고까지 같이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갑작스러운 ‘칩플레이션’에 정부도 디지털 양극화 예방을 위한 대응에 나섰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관계 부처는 저소득층의 PC·노트북 구매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지원 대상과 보조 규모를 늘려 교육·취업 취약계층의 디지털 접근권을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우선 국가기관 불용 PC 처분 방식을 ’무상양여‘ 중심으로 전면 개편한다. 현재 연간 약 8만대 불용 PC가 발생하며, 이 중 2만2000대가량이 폐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 중 58%는 수리 시 충분히 사용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조달청 고시를 개정해 내용연수가 지난 PC 처분 시 무상양여를 우선 검토하고, 폐기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경우로 한정한다.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직접 지원도 강화한다. 이번 ’전쟁 추가경정예산(추경)‘ 확정 시 증액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4조8000억원을 활용해 시도교육청이 PC 지원 사업을 확대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보다 촘촘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 보조금 확대만으로는 가격 급등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취약계층 대상 리퍼비시 제품 지원 확대, 공공기관 공동구매를 통한 단가 인하, 교육용 기기 장기렌털 제도 도입, 디지털 바우처 확대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광주 동구에서 20년째 전자제품 매장을 운영 중인 김모씨(52)는 “요즘은 손님들이 물건을 고르러 오는 게 아니라 가격이 얼마나 더 올랐는지 확인하러 오는 분위기”라며 “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은 꼭 필요한 제품도 쉽게 못 사는 상황이라 현장 체감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있는 재고가 다 떨어지고 리뉴얼된 상품이 나오면 또 가격이 오를텐데, 그렇게 되면 소비자도 마찬가지지만 파는 사람들도 힘든 상황이다”며 “정부가 가격 상승을 단순 물가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자영업자와 소비자를 모두 고려한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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