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의 얼굴을 기록한 사진가, 고 최옥수

[문화리뷰] 정서연(한국산학협동연구원 대변인·‘엄마와 단둘이 나주 여행’ 저자)
시선과 절제된 표현 등 독자적 사진 세계 구축
삶과 작업이 남긴 의미 생각…사람 가치 증언

정서연 gn@gwangnam.co.kr
2026년 04월 16일(목) 17:18
지난 2022년 광주시립사진전시관에서 열린 ‘사라지고, 살아지다’ 사진전 개막식 때 인사말을 하고 있는 생전의 최옥수 사진작가.
최옥수 작 ‘아가, 이 들녘 푸르름만 닮아라’(1980년대 후반 전남 화순)
이번 주 토요일(4월 18일), 광주를 연고로 활동을 펼쳤던 사진작가 고 최옥수 선생님의 49제를 맞는다. 시간은 흘렀지만, 선생님의 부재가 남긴 여운은 여전히 우리 곁에 깊이 머물러 있다.

고 최옥수 선생님은 단순한 사진작가를 넘어, 사람의 삶을 기록하고 시대의 결을 담아낸 기록자였다.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와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영상매체학과에서 수학한 선생님은 조선대학교, 백제예술대학교, 광주대학교, 동신대학교 등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사진예술의 저변을 넓혀왔다. 또한 월간 ‘금호문화’ 사진기자를 역임하는 등 현장과 교육을 아우르는 폭넓은 활동을 이어갔다.

특히 20여 년 동안 대동문화 사진국장으로 활동하며 표지 인물을 비롯해 누구도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독자적인 사진 세계를 구축해 왔다. 인물의 본질을 드러내는 깊이있는 시선과 절제된 표현은 지역 문화예술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선생님의 사진은 화려함보다 사람에 가까이 있었다.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뿐 아니라 우리 곁의 평범한 이웃들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며 그 안에 담긴 삶의 흔적을 담아냈다. 흑백 사진 속에는 색이 없었지만, 오히려 그 어떤 색채보다 깊은 감정과 시간이 스며 있었다.

50여 년에 걸쳐 3000여명이 넘는 얼굴을 기록해 온 그의 작업은 단순한 인물 사진을 넘어선다. 그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존중하는 태도였고, 공동체의 기억을 축적해 온 소중한 자산이다.

전시장에서 자신의 작품을 응시하고 있는 최옥수 사진작가.
생전 최옥수 사진작가
김냇과와 대담미술관의 사진전 ‘얼굴’전을 비롯해, 광주시립사진전시관의 ‘사라지고, 살아지다’ 등 10여회의 개인전을 통해 선생님은 한 개인의 얼굴을 넘어 시대와 지역의 기억을 꾸준히 기록해 왔다.

특히 광주시립전시관에서 선보인 다큐멘터리 작업은 사라져가는 남도의 풍경과 사람들의 삶을 깊이 있게 담아낸 기록으로 평가된다. 선생님은 생전 인터뷰에서 “지금은 많이 사라진 풍경들입니다. 그 장소를 다시 가보면 옛 모습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사진 한 컷, 한 컷으로 남기는 일이 저에게는 큰 의미였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짧은 고백은 그의 작업이 단순한 기록을 넘어, 사라져가는 시간을 붙잡고자 했던 간절한 의지였음을 보여준다.

아날로그 카메라로 포착한 남도의 풍경과 사람들의 일상은 사라져가는 것들을 붙잡아 오늘의 우리에게 되돌려주는 귀한 기록이다. 인위적인 연출을 배제하고 오직 사람과 순간에 집중했던 그의 시선은 결국 삶의 본질을 향하고 있었다.

우리는 선생님의 사진을 통해 타인의 얼굴을 보면서도, 결국 자기 자신의 삶을 마주하게 된다. “나는 어떤 얼굴로 살아가고 있는가.” 그 질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에게 조용히 던져지고 있다.

49재를 맞는 지금, 우리는 비로소 선생님의 삶과 작업이 남긴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한 시대의 얼굴을 기록해 온 사진가 고 최옥수 선생님. 그가 남긴 수많은 얼굴들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가 잊지 말아야 할 ‘사람의 가치’를 묵묵히 증언할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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