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과 통찰이 필요한 세상사 조망하다

김정원 시인 산문집 ‘푸조나무 아래서’ 펴내
제5부 구성 67편 수록…"연륜 깊은 멋과 맛"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6년 04월 20일(월) 18:29
‘푸조나무 아래서’
김정원 시인
대안학교인 담양 한빛고에서 교편을 잡았던 김정원 시인은 산문집 ‘푸조나무 아래서’(밥북 刊)를 출간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대안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정년 전 과감하게 명예퇴직을 선택한 뒤 소일거리로 텃밭 농사를 지으며 간소한 의식주와 함께 소박하게 자족하며 살고 있는 저자다. 저자는 은퇴 후 교사이자 농부, 시인이며 여행가로 더 분화된 삶을 살아가는 중이다. 안빈낙도의 고즈넉한 삶을 즐기면서도 의식이 꺼지지 않도록 영민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봐온 저자는 가끔 SNS에서 소소한 자신의 일상으로 세상과 소통하면서 끊임없이 사유하고 시와 글을 써 왔다. 이번 산문집 역시 이런 연장선상에서 선보이게 된 것이다.

작가는 ‘영감은 찰나에 번뜩이는 굿 아이디어가 아니라, 지난하게 쌓아 올린 노고에 내려앉는 불씨’라고 생각한다. 그런 작가의 노고에 내려앉은 불씨들이 글의 영감이 됐고, 그 글들이 이번 산문집에 담겨졌다.

일상에서 사회문제까지를 넘나들며, 그 관심과 생각을 정제된 글로 풀어낸 이번 산문집에 수록된 글편들은 무엇보다 간결하고 명료해 시처럼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다. 여기에 시적 감흥이 더해진 듯, 문장들은 가지런하고 정갈하며 유려하다. 이는 바로 글을 읽는 즐거움으로 이어져 끝까지 산문집을 덮지 않게 한다.

이와 함께 글이 이끌어가는 사유가 더해진 성찰과 통찰의 세계는 깊고 반듯하다. 그 글 안의 세계는 가슴속에서 나의 세계로 전이돼 공감은 깊어진다. 공감은 곧 깊은 울림과 여운이 떠나지 않도록 한다.

젊은 사람들의 인스턴트 문화를 지적하려는 모양인가 보다 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간, 이색적인 제목의 ‘맥도날드 문화’(2부 70∼73쪽)에서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가 고유한 문화특수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과 천편일률적 축제들의 문제점을 진단하며 생태와 인문학으로 새롭게 디자인되기를 갈구하고 있다. 오히려 세태적인 제목들보다 더 눈길을 붙잡은 ‘정환담 이발사’(4부 134∼136쪽)에서는 한국전쟁 후 가난한 농촌 출신인 이 이발사에 놓인 삶의 여러 숙제들이 놓여 있고, 끝내 그는 세상의 굴곡과 차별, 가난이라고 하는 언덕을 넘어 자신의 이발소야말로 모두가 같은 사람이자 사람사는 냄새와 손의 온기가 머무는 작은 쉼터라는 점을 군더더기없이 정리하고 있다.

이 산문집은 ‘풀국’을 비롯해 ‘맥도널드 문화’, ‘눈뜬 눈먼 자’, ‘시, 참된 삶 받아쓰기’, ‘문학으로 연대합니다’ 등 제5부로 구성됐으며, 일상에 대한 정서가 투영된 67편의 글이 실렸다.

김정원 시인은 자서를 통해 “빛나는 작가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산이 작가를 점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작가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 선택은 자유지만 결국 운명이다. 작가는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고, 실패와 좌절에 걸려 넘어진 자리를 짚고 다시 일어선다”고 언급했다.

이병일 목사는 추천사를 통해 “김정원 시인이 몸으로 쓴 시와 동시를 주일예배 ‘오늘의 시편’에서 교우들과 읽곤 한다. 그가 걸으면서 본 곳과 만난 생명과 사유한 시, 독서와 글쓰기, 텃밭 농사, 교단에 서 있을 때 겪은 이야기, 퇴직하고 고향에 돌아와 사는 이야기를 묘사하고, 평화와 인권과 기후 문제를 성찰한 구절구절에 연륜 깊은 멋과 맛이 배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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