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세평]알레르기 비염, ‘코’가 아닌 ‘몸’을 치료해야 끝난다 임규훈 약샘한의원장
임규훈 gn@gwangnam.co.kr |
| 2026년 04월 22일(수) 17: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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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규훈 약샘한의원장 |
서양의학에서 알레르기 비염은 꽃가루, 집먼지 진드기, 동물의 털 같은 특정 항원에 대해 코점막이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정의한다. 그래서 치료 역시 항히스타민제를 통해 증상을 억제하거나, 스테로이드제로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집중한다. 물론 급성기에는 이러한 처치가 효과적인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약 기운이 떨어지면 증상이 재발하는 악순환을 겪는 환자가 많다.
반면에 한의학에서는 비염을 단순히 코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한의학 고전에서는 비염을 ‘비구’, ‘비연’ 등의 범주로 다루며, 그 근본 원인을 면역 체계의 불균형과 장부 기운의 허약에서 찾는다. 우리 몸의 방어막인 ‘위기’가 약해져 외부의 찬 기운(풍한)이 침입했을 때 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발생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코는 ‘폐의 구멍’이라 일컫는다. 즉, 코의 건강 상태는 폐의 기운과 직결된다는 뜻이다. 알레르기 비염 치료를 위해 한의학 치료의 세 가지 핵심 단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수분 대사를 조절하여 점막 부종을 해소한다. 비염 환자들의 코점막은 대개 부어 있고 맑은 콧물이 고여 있다. 이는 몸 안의 수분 대사가 원활하지 못해 생긴 ‘수독’ 혹은 ‘담음’의 결과다. 소청룡탕, 갈근탕 같은 처방은 몸을 따뜻하게 데워 불필요한 수분을 말려줌으로써 재채기와 콧물을 즉각적으로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둘째, 장부의 허실을 살펴 근본 면역력을 강화한다. 코 증상이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 그다음은 기초 체온 조절 능력을 높여야 한다. 폐가 차가운지, 혹은 비위(소화기)가 약해 에너지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지를 파악해 보중익기탕이나 제습온폐탕 등의 처방으로 몸의 방어벽을 튼튼히 한다. 이는 외부 환경이 변해도 코점막이 과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기초 체력’을 기르는 과정이다.
셋째, 침 등의 치료로 기혈 순환을 돕는다. 코 주변의 영향, 상성 등의 혈 자리에 자극을 주면 막힌 비강의 기혈 순환이 촉진돼 코막힘이 시원하게 뚫린다. 또한 만성 환자의 경우 전신의 양기를 북돋우면 치료 효과가 더욱 오래 지속된다.
비염 치료의 성공을 위해서는 일상에서의 관리도 병행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온도 유지’다.
먼저 새벽 차가운 공기를 피해야 한다. 비염 증상은 대부분 기상 직후에 가장 심하다. 머리맡에 가습기를 틀어 습도를 50~60%로 유지하고, 찬물보다는 따뜻한 물을 마셔 속을 데워야 한다.
다음으로 뒷목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 한의학에서 뒷목의 대추혈은 찬 기운이 들어오는 통로다. 외출 시 스카프 등을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비염 증상 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적절한 운동과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다. 면역 세포가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오후 11시 이전에는 취침하고, 가벼운 유산소 운동으로 폐활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 다만 몸을 건강하게 한다고 아침 일찍 운동을 계속 하는 것도 비염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 중에 하나가 되기도 한다. 새벽 운동은 피할 필요가 있다.
알레르기 비염은 단순히 코를 세척하고 약을 뿌린다고 해서 뿌리 뽑히는 질환이 아니다. 내 몸의 면역 체계가 왜 무너졌는지 살피고, 차가워진 폐와 비위의 기운을 보강하는 한의학적 접근은 지긋지긋한 비염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근본적인 해답이 될 수 있다. 매년 반복되는 콧물이 묻은 휴지 더미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내 몸 안의 ‘따뜻한 기운’부터 점검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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