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스케치로 담은 폐교…동네 삶과 역사 상기

‘남평 507’ 개관전 이후 첫 기획전시 13명 참여
5월 31일까지 대광여고 출신 작가들 작품 선봬
개관 전 과정 영상 변화 한눈에…문화거점 시동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6년 04월 27일(월) 14:53
남평 507 개관전 이후 첫 기획전 ‘다시 피어난 학교, 507일간의 스케치’전 모습
갤러리 모습


개관 이후 두번째 전시 모습


남평 507 전경
1911년 남평학교조합 설립 남평심상고등소학교로 개교한 것이 출발이 된 전남 나주시 남평읍 동촌로 283번지(광촌리) 소재 남평북초등학교. 100년에서 4년 못채운 96년만에 아쉽게 폐교돼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학령인구 감소가 컸다. 그래서 2007년 폐교 수순을 밟고 방치된 채 버려지다시피했다.

그러던 것을 ‘모내기(오계) 화가’로 널리 알려진 정명숙 작가가 복합문화공간 남평 507로 탈바꿈시켰다. 정 작가는 나주시에서 2년 전 공모한 것을 눈여겨봤다가 지원사업을 신청, 공모자로 선정되면서 구체화됐다. 그러면서 10여년 넘게 방치됐던 남평북초등학교에 다시 숨을 불어넣게 됐다. ◀3월 9일자 16면 참조

정 작가는 이 폐교 공간에 카페와 갤러리, 감성마루(불멍카페), 폴라 홀(세미나실), 폴라 스튜디오(체험학습실), 예술 코어, 역사관, 마을주민쉼터 등 다채로운 공간을 구축해 지난 3월 19일 개관전을 시작으로 본격 출발을 대내외에 알렸다. 문을 열자 점차 입소문을 타기 시작, 카페를 이용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서부터 작품 감상, 불멍 참여, 각종 체험 프로 등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나주 역사 소개, 그림그리기 체험 등 자체적으로 마련한 강좌 10가지 정도를 구성해 운영할 복안인 가운데 오는 5월 15일께 광주여성경제인협회 회원 80명의 체험 학습도 예정돼 있다. 어린이에서부터 기성세대, 경제인 등에 이르기까지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문승일 작 ‘남평 507의 한 선’
장윤숙 작 ‘기억 속 남평 광촌분교’
정 작가는 광주문예회관(현 광주예당) 대극장 로비 내 문화예술 카페를 12년 동안 운영했으며, 염주체육관 등 시내에서 최대 4개까지 커피숍을 운영했다. 구례에서 캠핑장을 열었고, 남평 507로 넘어오기 전에는 화순 능주 작업실에서 활동을 펼쳤으며, 인근 학교에서 아이들 미술을 지도했다. 이런 이력 때문에 선정에도 음으로, 양으로 도움이 됐다는 귀띔이다. 정 작가는 예술가이지만 사업적 수완까지 갖췄다는 주변의 반응이다.

이곳 문화공간 역시 다른 사람의 도움이 중간 중간 있었지만 거의 혼자 공간을 구축했을 정도로 그의 애정이 담뿍 담긴 공간이다. 공간 곳곳을 둘러보면 그것을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주차장 옆 김숙빈 작가의 조각 ‘삼족오의 비상’ 설치도, 담벼락의 그림도, 남평 507 명패도, 주차장 공간도, 그곳의 담벼락도, 책상의 푸른 색깔 색칠도 손길이 가지 않은 것이 없다.

개관전은 ‘남평으로의’ 타이틀로 지난 3월 19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성황리에 열렸다. 당시 전시에는 김해성, 조근호 류재웅 한희원 박구환 작가 등이 참여했다. ‘남평으로의’ 다음은 여백이다. 자신이 성심껏 마련한 문화공간을 찾는 사람들이 채워달라는, 혹은 채워가라는 의미인듯 싶다. 전시 첫 시험을 끝낸 정 작가는 개관 두번째 전시를 마련했다. 전시는 지난 19일 개막, 오는 5월 31일까지 ‘다시 피어난 학교, 507일간의 스케치’라는 주제로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는 주로 어반스케치 작품이 출품된 가운데 문화공간 탄생 과정을 예술적 기록으로 담아낸 첫번째 기획전으로 이해하면 된다.

선안희 작 ‘반짝 반짝 빛나던 그리움’
<>이들 작가는 2년 반여 동안 현장을 5회 방문해 그림기록에 나섰다. 2024년 늦여름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아 거칠었던 폐교의 모습부터 매서운 추위 속에서 진행된 공사 현장, 그리고 마침내 따뜻한 봄볕 아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기까지 507일을 어반스케치 작가와 정 작가의 영상으로 기록했다. 여기서 숫자 507은 이곳의 번지이자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기 필요했던 날 수의 의미다. 정 작가는 나주시와 지역사회의 협력으로 학교가 재탄생하는 전과정을 카메라에 기록, 5분여 분량으로 편집했다는 후문이다.

참여작가는 김경민 김수옥 김은영 문승일 서채은 선안희 양송희 장윤숙 정성모 조미영 조순옥 조혜경 황경화씨 등 13명이다. 전시에는 정 작가가 졸업한 대광여고 출신 화가들과 졸업생 1명이 함께했다. 전시 총괄은 정명숙 작가, 기획은 윤민화 대표(광주예술공감연구소)가 각각 맡았다.

장윤숙 작가는 작품 단상을 통해 “마주한 남평광촌분교는 눈부신 햇살 속에서 조용히 숨쉬고 있다. 시간의 결을 품은 고목들은 말 없이 서서 지나간 계절들을 지키고 있었고, 나는 고요하게 이끌려 잠시 스쳐가는 빛과 공기를 흐트러지지 않는 선 하나로 붙잡고자 했다. 이 작은 풍경이 어딘가에 저마다의 기억으로 다시 피어나기를 조용히 바라본다”고, 조미영 작가는 “남평 광촌리는 중학교 때 한 교실에서 공부했던 옛 남평북초등학교 출신 친구들의 고향마을이다. 순박했던 그때의 친구들은 지금쯤 고향의 가을 풍경만큼이나 곱게 물들어 가고 있겠지”라고 각각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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