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의병 정신 뿌리 찾는다…고문서 국역 사업 착수

한국학호남진흥원, ‘봉헌만록’·‘화포유고’ 번역
민간기록 복원…지역 역사자원 발굴·활용 확대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2026년 04월 27일(월) 18:14
‘봉헌만록’ 목차. 사진제공=한국학호남진흥원
‘봉헌만록’ 도망부. 사진제공=한국학호남진흥원
한국학호남진흥원이 전남도와 함께 고문서 국역 사업을 통해 지역 역사 자원 발굴에 나선다.

한국학호남진흥원(원장 홍영기)은 최근 고흥 의병 정신의 사상적 뿌리를 규명하기 위한 고문서 국역 사업에 착수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신창모의 문집 ‘봉헌만록’과 그의 아들 신석구의 문집 ‘화포유고’를 대상으로 원문 입력과 번역을 진행하는 것으로, 단순한 고전 번역을 넘어 지역 항일 의병 투쟁의 사상적 기반을 밝히는 데 목적이 있다.

‘의향’ 고흥은 오랜 시간 시대를 고민하고 실천해 온 선비들과 그 정신을 이어받아 항일 투쟁에 나선 의병들의 역사가 축적된 지역이다. ‘봉헌만록’의 저자인 신창모(1846~1917)는 흥양현 출신으로 당대 문장가들에게 실력을 인정받은 인물로, 전라도 관찰사 이도재가 그의 문장을 높이 평가해 관직에 발탁하려 했을 만큼 학문적 깊이가 뛰어났다.

그의 대표 글인 ‘도망부’는 사별한 아내를 향한 애절한 정서를 담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신창모는 스스로 자신의 글을 “농촌의 질박한 소리와 같다”고 낮췄지만, 실제로는 공무 중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로 학문에 몰두한 지식인이었다. 당대 인물 신기선은 그를 두고 “봉황과 같은 인물”이라 평가하며 ‘봉헌’이라는 호를 붙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정신은 자녀들에게도 이어졌다. 둘째 아들 신석구는 ‘화포유고’를 남기며 학문적 전통을 계승했고, 넷째 아들 신성구는 1909년 팔영산 일대에서 120여 명 규모의 의병부대를 이끌며 항일 투쟁에 나섰다. 신성구 부대가 주둔했던 만경암 일대는 최근 전남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등 역사적 가치도 재조명되고 있다.

이번 국역 사업은 신창모가 지향한 ‘도를 따르고 본심을 잃지 않는 삶’이 학문과 실천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밝히는 데 의의가 있다. 개인의 사상과 문학이 지역 의병운동으로 확장된 흐름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도 높다는 평가다.

홍영기 원장은 “전남 곳곳에 남아 있는 민간 기록 유산을 현대어로 번역해 공유함으로써 지역민의 역사 인식과 자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방대한 고문헌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예산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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