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휴일, 현실은 근무"…노동절 사각지대 여전

특수고용·이주노동자·소규모 사업장 미적용 비일비재
"쉬면 임금 깎여…‘모든 노동자의 날’ 취지 무색" 비판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2026년 04월 29일(수) 17:24
#1 전남 화순의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동티모르 출신 이주노동자 코스타씨는 다음달 1일 노동절에도 평소처럼 출근할 예정이다. 코스타씨는 “한국에서는 노동절이 쉬는 날이라고 들었지만 우리 공장에서는 해당이 없다”며 “하루 쉬면 그만큼 임금이 줄어들어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한국인 직원들의 경우는 일부는 나오고 일부는 쉬는 교대 형식으로 근무한다는데, 외국인 노동자는 사실상 선택권이 없다”고 덧붙였다.

#2 북구에서 5인 미만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 심모씨(35) 역시 노동절 휴무를 기대하기 어렵다. B씨는 “회사에서 ‘법적으로 의무가 아니다’라며 정상 출근 공지를 받았다”며 “공휴일이라지만 우리 같은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에게는 해당 없는 이야기”라고 토로했다.



오는 5월 1일 노동절이 법정 유급휴일로 지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노동자들이 여전히 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절은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급휴일로 보장되지만, 적용 대상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한정된다. 이로 인해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이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2월 2~8일 직장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5.2%가 노동절 유급휴무를 보장받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직장인 3명 중 1명가량이 노동절에도 정상 근무를 해야하는 셈이다. 노동절은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급휴일로 보장되지만, 적용 대상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들이 대표적인 사각지대다. 배달기사와 대리운전기사,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등은 사실상 사용자에게 종속돼 일하지만 법적으로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노동절 유급휴일뿐 아니라 연차·퇴직금 등 기본적인 노동권에서도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배달 플랫폼 노동자의 경우 노동절에도 평소와 동일하게 업무를 수행하거나 오히려 수요 증가로 근무 강도가 높아지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휴일 개념 자체가 사실상 적용되지 않는 구조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노동절을 유급휴일로 인정하지 않거나, 근무를 하면서도 휴일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편의점, 카페 등 소규모 자영업 사업장에서는 법 적용에 대한 인식 부족과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제도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주노동자의 경우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휴무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고, 고용불안과 언어 장벽으로 인해 권리를 요구하기 어려운 구조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노동절 개념 자체를 제대로 안내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역시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일부 조항 적용을 제외하고 있어 노동절 유급휴일 역시 사실상 강제력이 약하다. 이에 따라 같은 노동을 하고도 사업장 규모에 따라 휴식권이 달라지는 ‘차별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같은 문제는 노동시장 구조 변화와 맞물려 더욱 심화되고 있다. 최근 플랫폼 경제 확산과 고용 형태 다변화로 전통적인 ‘정규직 근로자’ 비중은 줄어드는 반면, 법적 보호 밖에 있는 노동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현행 근로기준법 체계가 변화된 노동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특히 ‘근로자성’ 판단 기준이 협소해 다양한 형태의 노동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최소한의 휴식권을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절과 같은 상징적인 날조차 쉬지 못하는 현실은 제도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는 입장이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위원장은 “아예 노동자로 인정되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와 플랫폼노동자, 형식만 프리랜서인 노동자의 수는 무려 900만명”이라며 “노동절이 공휴일이 됐으나 이들은 쉴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노동절은 특정 집단만의 휴일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를 위한 날이어야 한다”며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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