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칼럼]유통 왕국, 간식 천국 정현아 경제부장
정현아 기자 aura@gwangnam.co.kr |
| 2026년 05월 03일(일) 16:50 |
![]() |
한때 광주와 더불어 재미없기로 유명한 ‘노잼 도시’ 대전이 달라졌다. ‘국민빵집’ 성심당이 전국 각지의 ‘빵지 순례자’들을 끌어모으고, 앞다퉈 진출한 유통 대기업들은 쇼핑과 엔터테인먼트, 관광을 동시에 즐기려는 ‘몰케이션(Mall-cation)’ 여행객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우리 가정의 요구에도 딱 부합하는 곳이다.
최근 전쟁으로 가득한 해외 뉴스 속에서 신박한 중국 소식 하나를 접했다. 한 유통업체가 중국 후난성 창사시에 ‘링스왕궈’라는 판매시설을 열었다. 우리 말로 ‘간식왕국’. 매장 면적이 1만2000㎡, 농구장 약 30개 규모로 상상을 초월한다. 업체는 전 세계 6500개 이상의 브랜드와 3만5000종 이상의 간식을 여기에 모았다. 특히 ‘간식 복도’, ‘컵라면 도시’, ‘음료 마을’ 등 10여개 테마 공간을 구성해 쇼핑과 체험, 촬영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개장과 함께 이른바 ‘인증샷 명소’로 입소문을 타며 대규모 방문객이 몰렸다. 그러다 사흘만에 임시 휴장에 들어갔다. 방문객이 너무 몰려드는 바람에 손님맞이와 계산 등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며칠 동안 문을 닫고 정비를 해야 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인산인해를 이룬 모습이 ‘중국스럽다’고 느낀 것도 잠시. 바로 이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넘쳐 문을 닫을 정도로 재미있는 아이디어와 시설, 구성이 부러울 따름이었다.
광주도 ‘노잼, 노쇼핑 도시’ 탈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준비해왔다. 특히 대규모 복합쇼핑몰을 확충하는 준비작업에 힘을 쏟아왔고, 본궤도에 들어서는 단계다.
유통시설 확충 계획을 보면 북구 임동 옛 전방·일신방직 부지에서는 ‘더현대 광주’가 착공에 들어갔다. 서구 광천동에서는 광주신세계가 3조원 규모 터미널복합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광산구 어등산 일대에서는 스타필드 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광주의 유통시설 확충은 단순히 유통과 소비구조의 변화만을 꾀하지도, 의미하지도 않는다. 도시의 체질 자체를 바꾸는 데 무게를 둔 사업이다. 성패에 따라 도시의 명운과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런 만큼 우려도 많다.
당장 이들 사업을 추진해온 시장이 곧 바뀔 예정이고, 광주·전남 통합이라는 큰 변수가 생겼다. 7월에 취임하는 통합시장이 대형 유통시설 건설사업을 핵심사업으로 끌어안고 강력하게 추진할지 의문이다. 유통인프라 구축 말고도 통합시가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을 게다. 자칫 전 정권의 사업이라며 ‘서자’ 취급을 할 경우 한껏 끌어올렸던 동력을 유지, 확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광주의 경제 지형을 바꿀 프로젝트들이 흔들림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교통영향평가와 지구단위계획, 건축 인허가, 개발에 따른 교통대책 등 후속절차 진행에 속도를 내야 한다.
지금까지는 유통기업을 유치하고, 사업기반을 마련해 주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고, 특색있고, 차별화할 것인지에 지혜를 모아야할 것이다. 중국의 ‘간식천국’처럼 말이다. 물론 사업 아이템이야 사업주가 결정할 일이지만 1차 소비 주체인 지역민들의 의견과 제안, 자치단체의 지원이 있다면 더 좋은 공간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광주는 이미 지난 2015년 한차례 실패를 경험했다.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광주가 대형 유통기업에 특혜를 줄 수 있느냐며 머리띠를 두른 일부 반대의 목소리에 광주신세계백화점 복합개발이 무산됐다. 이후 신세계는 대전에 백화점을 개장했고, 4년여 만에 1조 매출로 성장시켰다. 광주와 전주 등 중남부권 소비자를 끌어들여서 말이다.
‘흐르고 통한다’는 유통시설 확충과 함께 시민의식도 이번 기회에 한 단계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청년이 떠나지 않을 도시를 넘어 다른 동네 젊은이가 일자리를 찾아, 쇼핑과 재미를 위해 ‘찾아오는 광주’를 만들기 위한 마지막 기회로 여기면서 힘을 합치고 마음을 모았으면 정말 좋겠다.
정현아 기자 aura@gwangnam.co.kr
정현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