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노동절에 소외되는 노동자들

김은지 산업부 기자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2026년 05월 04일(월) 17:43
김은지 산업부 기자
달력의 5월 1일은 선명한 검정색이다. 하지만 법은 이날을 ‘근로자의 날’이라 명명하며 유급휴일로 지정했다. 노동의 가치를 기리고, 일 년 중 하루만큼은 일손을 놓은 채 각자의 삶을 돌보라는 취지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마주하는 노동절의 풍경은 그리 평등하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휴식의 권리가, 또 다른 이에게는 여전히 ‘운이 좋아야 누리는 혜택’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들에게 휴일은 실체가 없는 개념에 가깝다. 배달 기사나 학습지 교사처럼 사실상 사용자에게 종속되어 일하면서도 법적으로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이들에게 노동절은 오히려 늘어난 업무량을 감당해야 하는 고된 하루일 뿐이다.

노동 시장의 구조는 플랫폼 경제의 확산과 함께 급격히 다변화되고 있지만, 법의 잣대는 여전히 과거의 정규직 모델에 머물러 있다. 똑같이 땀 흘려 일하고도 사업장의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혹은 계약서상의 명칭이 다르다는 이유로 쉬지 못하는 현실은 우리 사회 노동의 가치가 여전히 등급 지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러한 ‘휴식의 양극화’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절조차 함께 쉴 수 없는 구조는 단순히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시스템의 공백이다. ‘근로자성’이라는 협소한 정의에 갇혀, 변화된 노동의 형태를 포괄하지 못하는 현행법은 결과적으로 누군가의 희생 위에 다른 누군가의 휴식이 성립되는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노동절은 특정 집단만의 기념일이 아니라, 이 땅에서 노동을 제공하는 모든 이를 위한 날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의 노동절은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노동을 얼마나 차별적으로 대우하고 있는지를 비추는 거울이 됐다. 법은 휴일이라 말하지만 현실은 근무를 요구하는 이 괴리는, 결국 우리가 지향해야 할 ‘노동 존중’이 구호에 그치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제는 질문의 방향을 바꿔야 할 때다. 노동의 형태가 어떠하든, 최소한의 휴식권만큼은 보편적인 권리로 보장받을 수 있는 토양을 고민해야 한다. 도전이 무모함이 되지 않는 환경이 중요하듯, 노동이 소외의 근거가 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 또한 지역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5월의 첫날, 누군가는 멈추고 누군가는 달려야만 하는 이 엇박자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한 ‘모든 노동자의 날’이라는 취지는 여전히 무색하다. 함께 쉴 수 있는 권리, 그 당연한 상식이 모두에게 닿을 때 비로소 우리는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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