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노동 존중의 기준이 되어야

오미화 전남도의원

오미화 gn@gwangnam.co.kr
2026년 05월 11일(월) 16:44
오미화 전남도의원
오는 7월 전남과 광주는 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통합의 본질은 행정구역 개편이 아닌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의 삶이다.

특히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인 노동자에게 얼마나 안정적인 미래를 약속하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노동시장은 오랜 시간 반복되어 온 ‘나쁜 관행’이 있다. 정규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계약을 2년 미만으로 쪼개고,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1년이 되기 직전에 계약을 종료하고 있다.

이는 법을 위반하지는 않지만, 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방식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부문의 11개월 계약 관행을 강하게 질타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

광주 약 600명, 전남 약 200명에 이르는 기간제 노동자들이 지금도 11개월 미만 단위 계약과 퇴직금 회피형 해고 구조 속에서 고용 불안을 감내하고 있다.

이 문제는 일부 기관의 일탈이 아니다. 구조의 문제다. 예산은 연 단위로 편성되고, 사업은 단기 계약 중심으로 설계된다.

그 결과 발생하는 불안정과 위험은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전가된다. 공공이 고용의 안전망이 아니라 불안정의 생산자가 되는 셈이다.

더욱 심각한 건 돌봄과 같은 사회 필수 서비스 영역일수록 노동 조건이 열악하다는 점이다. 낮은 임금과 단기 계약 구조는 인력 부족으로 이어지고, 결국 서비스의 질 저하라는 악순환을 낳는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전남에 요청한 통합돌봄서비스 전담 인력 464명 중 확보된 인력이 83명에 그친 건,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오지 않는 구조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필자 역시 2025년 행정사무감사에서 전라남도청년센터의 ‘2년 자동 사직’ 구조를 지적한 바 있다. 청년의 미래를 설계하는 기관조차 정작 직원에게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하지 못하는 현실은 공공부문의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비정규직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가 아니라, 왜 공공이 비정규직을 만들어내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2024년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 격차는 9299원에 달한다. 비정규직은 고용 불안을 감내하면서도 임금은 정규직의 66% 수준에 머물러 있다. 불안정은 더 크고, 보상은 더 적은 구조다.

전남·광주 통합특별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다. 통합은 단순 행정 개편을 넘어, 새로운 노동 모델을 설계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수도권을 뒤쫓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이 풀지 못한 문제를 먼저 풀어내는 국가적 실험모델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공공부문 ‘쪼개기 계약’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상시·지속 업무는 상시 고용을 원칙으로 하고, 1년 미만 반복 계약과 같은 편법을 제도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둘째, 전남·광주형 공정수당을 도입해야 한다. 경기도 시행 당시 91.5%의 만족도를 보였던 공정수당은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이미 정착된 흐름으로 고용 불안정성을 임금으로 보상하는 필수 장치다.

셋째, 공공위탁 구조를 혁신하고, 통합 임금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고용 승계를 의무화하고, 동일 가치 노동에는 동일 임금을 지급하는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행정 통합의 성패는 조직의 크기가 아니라 도민의 삶에서 결정된다.

2년마다 떠밀려 나지 않는 일터, 퇴직금 하루 전 해고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일한 만큼 경력이 인정되는 상식적인 구조, 그 변화가 시작될 때 비로소 통합은 행정이 아니라 삶이 된다.

그리고 그때 전남·광주 통합특별시는 이름이 아니라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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