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손님 끊긴다…식당가 번진 ‘소·맥 할인’

광주·전남 물가 두달째 2%대 상승…외식업계 술값 인하 경쟁
소주 상승률 ‘0%’·맥주 오름폭 둔화…생존형 경쟁 마케팅 확산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2026년 05월 11일(월) 17:39
광주 광산구 도산동의 한 고깃집 입구에 ‘소주·맥주 3000원’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독자제공
#.광주 광산구 도산동의 한 고깃집 입구에 최근 ‘소주·맥주 3000원’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한 병에 5000원 안팎까지 올랐던 술값을 반값 가까이 낮춘 것이다.

식당 업주는 “예전에는 술 판매로 남는 게 있었지만 지금은 술값이라도 내려야 손님이 들어온다”며 “저녁 장사가 워낙 안 되다 보니 생존 차원에서 할인에 들어갔다”고 토로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광주지역 식당가에 ‘불황형 할인’이 확산되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 보험료, 관리비 등 생활물가는 줄줄이 오르고 있지만 정작 식당에서는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소주·맥주 가격을 낮추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11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6년 4월 광주·전남 소비자물가동향’을 분석한 결과, 광주의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3%, 전남은 2.7% 각각 상승했다. 광주와 전남 모두 지난 2월 이후 두 달 연속 2%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 광주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21.1%, 30.8% 상승했고 전남 역시 휘발유 19.6%, 경유 30.2% 각각 올랐다. 보험서비스료와 공동주택관리비, 월세 등 생활 밀접 품목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생활물가 부담은 커지고 있지만 외식업계 분위기는 이와 정반대다.

지난 3월 전국 소주(외식)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3% 하락하며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맥주(외식) 물가도 0.7% 하락하며 4개월째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광주·전남에서도 외식 주류 가격 상승세 둔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광주의 소주 물가는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0.3% 상승률을 유지했지만 11월 이후 올해 4월까지 6개월 연속 보합(0.0%)을 기록했다. 전남 역시 지난해 5월 0.9% 상승에서 같은 해 6월 이후 0.3% 수준으로 둔화됐고 올해 3월과 4월에는 상승률이 0.0%까지 주저앉았다.

맥주 가격 상승폭도 둔화되는 모습이다. 광주의 맥주 물가는 지난해 하반기 4%대 상승률을 보였지만 올해 4월에는 1.9%까지 낮아졌고, 전남 역시 지난해 2~3%대 상승 흐름에서 최근 2.0% 수준까지 내려왔다.

지역 외식업계는 소비 위축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식재료비와 인건비 부담으로 음식 가격은 쉽게 내릴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 가격 조정이 가능한 술값을 낮춰 손님을 유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광주 상무지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회식 자체가 많이 줄었고 저녁 손님도 예전 같지 않다”며 “한 곳에서 술값을 낮추기 시작하면 주변 업소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일부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소주·맥주 2000원’, ‘소맥 할인’ 등을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도 확산되고 있다. 술값 할인 문구를 입간판과 현수막으로 내세워 유동인구를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러한 할인 경쟁이 장기화될 경우 자영업자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이른바 ‘물장사’로 불릴 만큼 주류 판매가 주요 수익원이었지만 최근에는 술값 자체가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 상품처럼 활용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전체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자영업 현장에서는 가격을 올리기는커녕 할인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점 자체가 소비 침체의 심각성을 보여준다”며 “경기 부진이 장기화될수록 마진을 포기하는 생존 경쟁도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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