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46주년] <2>끝나지 않은 오월

"왜곡·부정의 반복, 상처만 남겨…이젠 매듭지어야"
사법 판단·국가조사 결과에도 진실 호도 세력 등장
행방불명자 소재 파악 등 미완의 과제 해결 노력도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2026년 05월 12일(화) 18:10
5·18기념재단은 지난 2월 오월기억저장소에서 5·18 역사왜곡 법률대응 현황 및 성과 발표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5·18기념재단은 지난 2월 오월기억저장소에서 5·18 역사왜곡 법률대응 현황 및 성과 발표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김정호 변호사(가운데)가 ‘역사의 아이러니 전두환 회고록’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는 모습.
제4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12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은 학생들이 묘역을 둘러보며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1980년 5월의 광주는 국가폭력 앞에 쓰러졌지만 끝내 침묵하지 않았다. 시민들은 총칼에 맞서 서로를 지키려 했고, 진실을 기록하며 역사를 증언했다. 그러나 4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5·18은 과거가 아닌 현재형으로 남아 있다. 진실은 이미 밝혀졌지만, 왜곡과 부정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5·18민주화운동은 역사적·법적 평가를 모두 마친 사건이다.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와 특별법 제정, 피해 보상, 국가기념일 지정으로 이어졌고, 2011년에는 관련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며 국제사회에서도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왜곡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일부 극우 성향 인사들과 온라인 공간에서는 여전히 ‘북한군 개입설’, ‘폭동설’ 등 근거 없는 주장이 반복된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는 SNS와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이미 허위로 결론 난 주장들도 형태만 바꾼 채 끈질기게 되살아난다.

문제는 이런 왜곡이 단순한 의견 차원을 넘어 희생자와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점이다. 국가 조사와 사법 판단으로 이미 결론이 내려진 역사임에도 광주는 끊임없이 다시 증명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이는 또 다른 상처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는 왜곡에 맞서 기록으로 대응해왔다. 국립5·18민주묘지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각종 증언집과 조사보고서는 그날의 진실을 축적해온 결과물이다. 최근에는 계엄군 집단 발포와 민간인 학살, 헬기 사격 정황 등을 재확인한 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특히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은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며 역사적 가치와 진실성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았다. 하지만 기록만으로 왜곡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왜곡은 단순한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기억과 역사 해석을 둘러싼 싸움이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에도 왜곡 논란은 반복됐다.

극우 성향 유튜버인 전한길씨는 지난달 2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5·18 다시 평가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5·18은 DJ 세력과 북한이 주도한 내란”이라고 주장했다.

전씨는 “제가 지금까지 가르쳐왔던 5·18은 잘못된 것이었다”며 “북한에서 실제로 사람이 내려왔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내용의 근거로 제시한 언론사는 지난해 5·18 북한군 투입설 등 허위보도를 인정하고 사과문을 게재한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전씨는 영상을 삭제한 뒤 “기사를 읽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북한군 개입설은 이미 국가 차원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난 사안이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지난해 6월 북한군 침투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식 결론 내렸다. 조사위는 “북한군 개입 주장은 상당 부분 구체적 근거가 결여돼 있으며, 제시된 근거 역시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또 ‘북한군 개입설’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지만원씨 역시 관련 재판에서 징역형이 확정돼 복역했다.

그럼에도 인터넷과 SNS에는 여전히 ‘5·18 내란 폭동’, ‘광주민주화운동이 폭동인 이유’ 등의 왜곡 게시물과 영상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은 왜곡 대응만이 아니다. 46년이 흐른 지금도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남아 있다.

1980년 5·18 당시 행방불명된 이들의 암매장 장소로 지목된 광주 북구 효령동 일대에서 발굴 조사가 다시 시작된다.

5·18기념재단은 13일 광주 북구 효령동 산 143 일대에서 개토제를 열고 8일간 시굴조사를 진행한다. 조사 대상은 암매장이 의심되는 약 1000㎡ 규모 부지다. 재단은 지난해 접수된 제보와 추가 조사를 토대로 이 일대를 행방불명자 암매장 추정지로 특정했다.

과거 공동묘지였던 효령동 일대는 이미 두 차례 발굴이 진행됐지만 유해는 발견되지 않았다. 2008년에는 유해 일부가 발견됐으나 감식 결과 5·18과 무관한 무연고자 유해로 확인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발굴은 계속된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수십 년을 살아온 유가족들에게 5월은 여전히 현재의 시간이다.

왜곡과 부정에 맞서 진실을 지켜내는 일, 아직 밝혀지지 않은 희생자의 흔적을 찾는 일, 그리고 민주주의의 의미를 다음 세대에 전하는 일까지. 오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이미 허위로 확인된 주장을 반복 유통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역사 왜곡”이라며 “5·18은 특정 지역이나 세대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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