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m 워터 페인팅 대작에 펼친 ‘마음의 심상’

서양화가 임희정 전시지원 공모전시
광주예술의전당 갤러리 6월 7일까지
직선과 색동 화폭 구현 30여점 출품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6년 05월 13일(수) 09:52
10m 대작 '깊은 연민' 앞에 선 임희정 작가
“높이 걸어놓으니까 이렇게 쫙 쏟아지는 듯한 그런 느낌들을 관람객들이 많이 받으시고, 그 안에 이걸 길게 펼쳐보면서 무슨 동물들을 찾으려고 합니다. ‘용이 이렇게 승천한다’, ‘용의 뼈대같이 보인다’ 등 여러 느낌들을 이야기 해 주더군요. 그런 것 외에 작품 안에 곰도 있고, 호랑이도 보인다고 합니다. 대충 보이는 형상들을 찾는 것 같아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는 타이틀로 초대개인전을 열고 있는 서양화가 임희정씨가 12일 오후 전시장에서 만나 특정 작품을 설명하면서 들려준 대목이다. 타이틀인 ‘검이불루 화이불치’는 검소하지만 초라하지 않으며,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의미다. 이를테면 장엄하고 기품있는 모습을 잃지 않는 것을 상징한다. 색동 역시 이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여러 내포된 사유들 때문에 전시 타이틀로 정한 것으로 읽힌다. ‘검이불루 화이불치’는 5년 동안 작가가 추구해왔던 작업이다. 무언가 표출하고 싶을 때 캔버스 위에 맨발로 올라가 물을 뿌리고 물 놀이하듯 작업을 펼쳤다고 한다.

전시 전경
그의 대표명사격으로 보여주는 회화세계는 직선의 교차와 그리고 색동이다. 직선에서 누락된 곡선을 색동의 빛깔로 채워넣는 듯하다. 직선의 화면이기에 지극히 단조로운 화면이 돼야 할텐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화폭에서 곡선을 찾기는 어렵지만 직선으로 곡선의 맛이 느껴지게 하는 듯하다. 그의 화폭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경향이 있다. 아마 색동 때문이 아닌가 싶다. 친숙한 색채에 작가만의 사유 그리고 개성적 해석이 곁들여진 탓이다. 조금 유식하게 접근하자면 그의 화면의 사유 출발지점은 괴테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괴테의 규칙적이고 근원적인 자연현상을 통해 실험적인 시도는 물론, 형태심리학을 적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그의 화면은 긴 사각형을 위시로 변형된 사각형, 그리고 삼각형과 타원형이 주요 형태들이다. 직선의 교차야말로 생명에너지가 흘러가는 길과 같은 사유의 지점들이다.

특히 화면에 등장한 사각형의 긴 띠는 우리 조상의 이미지인 한복 저고리의 옷고름을 시각화시켰다는 반응이고, 이 옷고름은 작가의 숙명적인 ‘길’로 해석되고 있다. 간단하고 깨끗하게 채색해 담백한 한국적 이미지로 승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소품들
앞서 언급한 멘트는 옷고름류의 작품과 결을 달리하는 작품이 전시장 한켠 벽을 타고 바닥에 펼쳐져 있다. 원래 작가가 옷고름류 작업과 함께 진행해왔는데 아직은 생소한 이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단박에 눈길을 붙잡았다. ‘깊은 연민’(DBS)이라는 작품이다. 가로 2.1m, 세로 10m로 쌍(2점)으로 돼 있다. 전시장에서는 끝까지 펼칠 수 없어 끝쪽이 말아져 설치돼 있다. 나주 송림아트센터에서 일전에 선보인 바 있는데 당시도 다 펼치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지난해 여름에 작업을 한 것으로 제작비용을 감안해 워터 페인팅으로 작업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대작에 대해 “‘깊은 연민’으로 명제를 붙인 것은 어떤 심정적인 흐름상 맞을 뿐 아니라 칼라를 고를 때부터 그런 작업을 하고 싶었다. 그게 ‘마음의 심상’이라고 보죠. 전체적으로 푸른 색 계통이 지배색이지만 좀 깊고 어두운 푸른색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프린트한 ‘깊은 연민’
프린트한 ‘Attention2-1’
이번 전시 역시 작가가 줄곧 추구해왔던 직선과 곡선, 선과 면의 관계를 탐구, 지나온 시간과 경험을 시각화하고 있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굴곡진 선들은 무수한 선택과 고민이 교차하는 ‘삶의 길’을 상징하며, 그 속에 담긴 흔들림과 망설임의 시간을 조형적으로 형상화하는 흐름을 지속해오고 있다.

전시는 지난 8일 개막, 6월 7일까지 광주예술의전당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광주예술의전당 전시지원 공모전시로 마련됐다. 출품작은 2021년부터 꾸준히 작업해온 작품들로 400호 대작부터 소품까지 30점이다. 이중 ‘깊은 연민’을 망라해 100호를 축소해 프린트한 ‘Attention2-1’ 등 2점이 출품돼 다른 결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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