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수첩]남아도는 전기…산업 선순환구조 만들어야 엄재용 경제부 기자
엄재용 기자 djawodyd0316@gwangnam.co.kr |
| 2026년 05월 13일(수) 16: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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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의 전력자립률은 213%를 넘는다. 전국 최상위 수준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를 많이 생산한다고 해서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었다. 생산된 전력 상당수는 수도권으로 보내지고, 지역에는 출력제어와 송전망 부족, 계통 접속 대기라는 문제만 남고 있다. 발전사업자들은 설비를 세워놓고도 전기를 제대로 팔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결국 지금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에 머물러 있다는 한계를 드러낸다. 공급 확대에만 집중한 결과 정작 중요한 계통과 수요, 산업 연계는 뒤로 밀렸다. 재생에너지 보급률은 높아졌지만 지역 내 소비와 산업 생태계로 이어지는 구조는 여전히 약하다.
광주·전남의 현실은 더욱 대비된다. 광주는 전력자립률이 10%에도 못 미치는 반면 전남은 전국 최고 수준의 전력을 생산한다. 하지만 두 지역이 에너지 산업 측면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은 크지 않다. 에너지 생산과 소비가 따로 움직이는 구조다.
최근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가 주최한 지역경제포럼에서 나온 제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단순히 태양광·풍력 설비를 늘리는 것을 넘어 데이터센터와 RE100 산업단지 같은 대규모 전력 수요 산업을 지역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하고, 그 소비가 다시 산업과 일자리, 소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AI 산업 확대는 광주·전남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재생에너지 공급 능력이 높은 전남과 AI 기반 산업 육성에 힘을 쏟는 광주가 연계된다면 에너지와 첨단산업을 동시에 키우는 전략도 가능하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송전망 부족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고, 들어오려는 산업도 부족하다.
재생에너지는 이제 단순한 발전 산업이 아니다. 산업 전략이고 지역 생존 전략이다. 이제는 ‘얼마나 생산했는가’보다 ‘어떻게 연결하고 소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광주·전남의 재생에너지 정책도 생산량 경쟁을 넘어 지역 산업 구조를 바꾸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엄재용 기자 djawodyd0316@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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