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남·광주 통합, ‘교육 균형’이 성패 가른다

조옥현 전남도의원

조옥현 gn@gwangnam.co.kr
2026년 05월 13일(수) 17:58
조옥현 전남도의원
전남·광주 행정통합이 이제는 본격적인 실현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지난 3월 초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시행령안도 입법 예고됐다.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광역 단위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타당하다. 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불가피한 흐름일 수 있다.

그러나 통합의 당위성과는 별개로, 그 성패를 가를 조건은 명확하다. 바로 교육 균형이다.

작금의 전남지역 교육 여건은 급격히 변하고 있다. 학령인구는 빠르게 줄고, 소규모 학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농산어촌 지역에서 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지역 공동체를 유지하는 마지막 기반이자, 인구 유출을 지연시키는 최소한에 보루다. 학교의 존속 여부는 곧 지역의 존속 문제와 곧장 직결된다.

문제는 전남과 광주의 교육 구조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데 있다. 광주는 도시형 인프라가 밀집된 환경이다. 반면 전남은 넓은 생활권과 낮은 인구 밀도를 기반으로 한 분산형 구조다. 동일한 기준과 효율 논리로 접근할 경우, 결과는 불균형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만약 행정통합 이후 예산·교원·교육시설 배치가 인구 규모와 집적도 중심으로 재편된다면, 농산어촌 지역은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이는 교육 격차를 넘어 지역 소멸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통합이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격차 확대의 계기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되는 이유다.

그런 연유로 통합특별법에는 일정 부분 이러한 우려를 반영한 장치가 포함돼 있다. △농어촌 및 소규모 학교 지원을 위한 정책 수립 의무 △학년제 통합운영과 교원 교차지도를 통한 운영 유연성 확보 △교육지원청의 자율성 강화 등이 그것이다. 제도적 기반은 갖춰진 셈이다.

하지만 법적 근거 존재만으로 결과가 담보되지는 않는다. 실행 설계와 정책 의지가 결합되지 않으면, 법 조문은 선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결국 통합의 성패는 구체적인 제도화 수준과 정책 집행 방향에 달려 있다.

우선 농산어촌 교육에 대한 특례는 조례 수준에서 명확히 보완될 필요가 있다.

학생 수 기준 완화, 교원 가산 배치, 지역 특화 교육과정 운영 등은 정책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불균형을 보정하기 위한 최소 조건이다.

재정 배분 구조 역시 재설계가 필요하다. 단순한 인구 비례 방식은 지역 간 격차를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 권역별 최소 예산 보장과 균형 가중치 도입이 병행되지 않으면, 농산어촌 교육 기반은 점진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다.

소규모 학교에 대한 접근도 전환이 요구된다. 통폐합 중심의 정책은 단기 효율성은 확보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지역 기반을 훼손한다. 복합교육 거점화, 공동교육과정 확대, 디지털 기반 수업체계 구축 등 기능 전환을 통해 새로운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작은 학교는 비효율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 유지의 핵심 인프라로 재정의될 필요가 있다.

행정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니다. 교육 기회의 배분 방식, 나아가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정책 선택이다. 균형 없는 통합은 또 다른 불균형을 낳는다. 반대로 교육 균형을 전제로 한 통합은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전남의 농산어촌이 처한 현실은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니다. 국가 균형발전과 직결된 구조적 과제다. 통합의 방향이 이 점을 외면한다면, 그 성과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현 시점의 통합교육 성패는 우리 아이들의 기회를 어떻게 배치하고 보장할 것인가의 제도적 안착에 있다. 그 설계의 중심에는 전남 교육의 특수성과 농산어촌의 현실이 충분히 반영될 때, 비로소 통합은 ‘상생’의 이름으로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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