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46주년] <3> 책임과 과제

"5·18은 현재진행형"…왜곡 넘어 미래세대 교육으로
왜곡도서 여전…‘50년사’ 편찬으로 보편적 가치 재조명
올 기념행사, 시민 참여형 ‘런 5·18, 도청 가는 길’ 첫선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2026년 05월 13일(수) 18:35
제4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13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현장 체험 학습 중인 학생들이 묘비 곁에 놓인 영정 사진과 글귀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5·18민주화운동이 발생한 지 46년이 지났지만, 진실 규명과 역사적 과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피해 치유는 더디고, 핵심 쟁점도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가 진행됐지만 시간적 한계와 자료 부족 등으로 발포 명령 책임자와 암매장 의혹 등 주요 사안은 끝내 명확히 규명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5·18은 ‘완결된 역사’가 아닌 ‘진행 중인 역사’로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5·18기념재단이 발표한 국민 인식조사에서도 국가 폭력 책임자에 대한 역사적 단죄와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게 나타났다. 진실규명 우선 과제로는 ‘발포 책임 규명’이 56.6%로 가장 많았고, 이어 ‘행방불명자 소재 파악’ 16.1%, ‘진실 은폐 과정 규명’ 14.3%, ‘인권 유린 실태조사’ 7.1% 순이었다.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컸다.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은 47.4%, ‘대체로 필요하다’는 19.8%로 나타났다. 헌법 전문 수록 시 기대되는 변화로는 ‘불필요한 역사 논쟁과 갈등 종식’이 44.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민주주의 가치 재정립 요구가 커졌음에도,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담은 개헌 논의는 또다시 무산됐다. 개헌안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표결조차 이뤄지지 못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2018년 문재인 정부 개헌안과 2020년 시민사회 중심 국민발안 형식의 개헌안 역시 같은 이유로 폐기됐다.

개헌 무산 이후 5·18 공법단체 등 260여개 단체로 구성된 ‘5·18정신헌법전문수록국민추진위원회’와 지역 시민사회는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추진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국민이 오랜 시간 요구해 온 시대적 과제”라며 “헌정질서 회복 의지를 보여줄 기회였지만 정치권이 행동으로 증명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광주YMCA 역시 “5·18민주화운동은 국가폭력과 독재에 맞서 국민이 헌정질서를 지켜낸 역사”라며 “헌법 전문 수록은 특정 지역의 요구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담아야 할 보편적 가치와 역사적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역사 왜곡 문제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5·18기념재단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학교도서관 정보관리시스템 ‘독서로’를 조사한 결과, 전국 169개 학교 도서관에서 5·18 왜곡도서 331권이 소장·열람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경기 130권, 서울 66권, 부산 39권, 경남 23권, 경북 22권 순이었다. 도서별로는 김대령의 ‘역사로서의 5·18’이 110권으로 가장 많았고, 지만원의 ‘12·12와 5·18’, 대한민국교원조합의 ‘대한민국 사회 교과서’, ‘노태우 회고록 上’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지난해 국회에서 역사 왜곡 논란이 제기된 ‘대한민국 사회 교과서’는 전국 36개 학교에서 38권이 확인됐다. 북한군 개입설을 담은 ‘보랏빛 호수’ 역시 일부 학교에 비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내용은 법원 판결을 통해 허위 사실로 인정된 바 있어 즉각적인 조치 필요성이 제기된다.

재단은 이달 중 전국 공공도서관을 대상으로 역사 왜곡 도서 추가 전수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반면 민주주의·인권·평화라는 보편 가치 관점에서 5·18을 재조명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5·18기념재단은 지난 수십 년간 축적된 진상규명 성과와 학술 연구, 역사적 의미를 담은 ‘5·18민주화운동 50년사’ 편찬 사업을 추진 중이다.

총 6개 분야·12권 규모로 구성되는 ‘50년사’는 기존 사건 중심 서술에서 벗어나 민주주의·인권·평화라는 보편적 가치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재단은 2028년까지 원고를 완성한 뒤 2029년 발간하고, 2030년 50주년에 맞춰 공개할 계획이다.

5·18 정신을 기억하는 방식도 체험형으로 확장되고 있다.

제46주년 기념행사 가운데 올해 처음 열리는 ‘런(RUN) 5·18, 도청 가는 길’은 전남대학교에서 출발해 금남로와 5·18민주광장까지 5.18㎞를 달리는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오월 항쟁 주요 현장을 직접 달리며 역사를 체험하게 된다.

코스는 전남대 정문을 시작으로 광주역, 옛 시외버스터미널 터, 금남로를 거쳐 5·18민주광장까지 이어진다. 특히 2030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러닝’ 문화와 결합해 젊은 세대의 역사 참여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980년 당시 시내버스를 재현한 ‘민주버스’ 투어도 운영된다. 참가자들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국군광주병원, 무등경기장, 옛 광주교도소, 5·18구묘지 등 주요 사적지를 둘러보며 오월 정신을 체험할 수 있다.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관계자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염원과 민주주의의 미래를 상상하는 공간으로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50주년까지 세대 확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 민주주의 대축제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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