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마약 청정지대’는 옛말, 이제 지역 맞춤형 방패를 들 때

최병용 전남도의원

최병용 gn@gwangnam.co.kr
2026년 05월 14일(목) 14:54
최병용 전남도의원
대한민국은 ‘마약 청정국’이라는 지위를 누려왔다. 하지만 그 자부심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청소년과 일반인은 물론, 일상 공간과 온라인 환경까지 마약의 접근 경로가 빠르게 넓어지면서 우리 사회 전반이 마약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2025년 기준 마약류 단속 사범은 총 2만 3403명에 달했고, 이 가운데 20·30대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청소년 사범도 꾸준히 적발되고 있으며, 외국인 마약사범은 3298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마약류 압수량 또한 1156kg에 이르렀다.

2022년에는 20대 청년이 필로폰을 투약한 뒤 환각 상태에서 가족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참극이 발생했다. 이는 마약이 개인의 삶을 무너뜨리고, 가정 전체를 파국으로 몰아넣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비극적 사례다. 이 외에도 마약으로 인해 발생한 참혹한 사건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문제는 ‘사후 약방문’식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이다. 마약 범죄의 재범률은 약 35% 내외로 일반 범죄보다 현저히 높다. 이는 마약이 단순히 범죄에 그치지 않고 ‘치료가 필요한 질병’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마약 문제는 단속과 처벌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예방-단속-처벌-치료-재활’이 함께 작동하는 종합적 대응체계가 갖춰져야만 근본적인 해결에 다가설 수 있다. 특히 중독의 길에 들어선 이들에게는 비난만이 아니라 치료와 회복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 접근이 병행되어야 한다. 동시에 마약 문제가 다음 세대로 확산되지 않도록 청소년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학교와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시설에서는 실질적이고 체감도 높은 예방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온라인을 통한 유해 정보와 접근 경로를 차단하는 대응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체계를 촘촘히 갖추는 일은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이다.

중앙정부도 전담수사 확대와 예방교육 강화, 치료·재활 프로그램 보강 등 범부처 차원의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마약 문제는 중앙의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결국 대응의 성패는 지역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는 예방과 관리가 이루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지역에서 마약 문제에 대해 실천할 수 있는 몇가지를 제안해 본다.

첫째, 예방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단순한 경고성 교육을 넘어 실제 위험성과 중독의 폐해를 체감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학교, 보건소, 경찰, 관련 기관이 연계해 청소년시설 중심의 예방교육을 정례화해야 한다.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다국어 교육과 상담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둘째, 중독자에 대한 치료와 재활 인프라는 획기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단순 처벌이 아닌 의료기관 연계 치료, 재활 프로그램, 사회복귀 지원까지 이어지는 통합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도와 시군, 경찰, 보건기관 간 협력체계를 제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셋째, 주민 참여형 감시망과 신고체계를 활성화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경각심을 높이고 예방과 신고가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신고자의 익명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주민 참여를 이끌 실효적 지원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마약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가족과 이웃,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회적 위험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방관이 아니라 책임 있는 실천이며, 무관심이 아니라 연대와 협력이다.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는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만들 수 없다.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와 행정, 의료와 복지 등 모두가 함께 힘을 모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건강한 전남, 마약 없는 대한민국도 결국 지역의 예방과 공동체의 실천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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