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 항쟁지’ 옛 전남도청, 46년 만에 시민 품으로

한국인 건축가 참여한 근대건축물…5·18 역사 현장 복원
2년5개월 공사 끝 정식 개관…‘탄흔·상황실’ 원형 되살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2026년 05월 18일(월) 13:43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8일 광주 옛 전남도청에서 개관특별전을 관람하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는 전시, 추모공간 등으로 조성한 옛 전남도청을 이날 정식 개관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1980년 5월 시민군이 계엄군에 맞서 끝까지 항전했던 ‘최후 항쟁지’ 옛 전남도청이 복원 공사를 마치고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18일 문화체육관광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에 따르면 5·18민주화운동 제46주년 기념식 직후인 이날 오후 2시 옛 전남도청이 정식 개관했다.

광주 동구 금남로에 자리한 옛 전남도청은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 건립됐다. 당시 관공서 건축 설계와 시공을 일본인이 주도하던 시절, 한국인 건축가 김순하씨가 설계와 시공 과정에 참여해 완성한 건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건물 정면에는 수직으로 배열된 3개의 창과 코린트 양식을 단순화한 장식 기둥이 적용돼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건축미를 갖췄다. 역사·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2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옛 전남도청은 75년 가까이 광주·전남 행정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특히 1980년 5월에는 시민군 상황실과 방송실이 운영되며 5·18민주화운동의 마지막 항쟁 거점이 됐다. 계엄군은 같은 해 5월27일 새벽 도청을 강제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다수 시민군이 희생됐다.

이후 전남도청이 2005년 무안 남악신도시로 이전하면서 활용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고, 정부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 대상지에 포함됐다. 정부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을 조성하며 5·18 정신을 아시아와 공유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옛 전남도청 별관 일부가 철거되고 건물 구조가 변경되면서 원형 훼손 논란이 불거졌다. 시민군 휴게공간과 본관-회의실 연결 복도 등이 사라졌고, 도청 본관과 도경찰국 건물의 탄흔 위에는 페인트가 덧칠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8일 광주 옛 전남도청에서 개관특별전을 관람하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는 전시, 추모공간 등으로 조성한 옛 전남도청을 이날 정식 개관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지역사회와 5·18 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오월 어머니들을 비롯한 복원지킴이들은 수년간 천막 농성을 이어가며 원형 복원을 요구했고, 결국 정부도 복원 추진 방침을 공식화했다.

2018년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 종합계획에 복원 사업이 반영됐고,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복원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사업이 본격화됐다.

복원은 단순한 건물 재건이 아닌 5·18 항쟁의 현장을 되살리는 작업에 가까웠다. 복원추진단은 2020년 정밀 탄흔 조사를 통해 건물 안팎에서 탄두 15개를 발견했고, 이는 당시 계엄군의 무차별 사격을 입증하는 자료가 됐다.

이후 고증과 설계를 거쳐 2023년 8월 착공에 들어갔으며, 약 2년5개월간의 공사 끝에 올해 1월 도청 본관·별관·회의실, 도경찰국 본관·민원실, 상무관 등 6개 동 복원이 완료됐다. 시민군 상황실과 방송실, 시민수습대책위원회 회의 탁자 등도 당시 모습대로 재현됐다.

복원된 옛 전남도청은 지난 2월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갔으며, 약 한 달간 9만5000여명의 방문객이 찾았다. 이제 옛 전남도청은 5·18의 기억과 민주주의 정신을 이어가는 역사 교육·추모 공간으로 새 출발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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