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피습 경험 경찰관 현장 트라우마 ‘경고음’

진압중 중상 입은 경찰관 사망…PTSD·우울증 시달려
정신건강 관리 한계…"출동 지령에 몸 굳는다" 호소도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2026년 05월 19일(화) 18:30
광주경찰청
112 신고 현장에서 흉기 난동범을 제압하다 중상을 입었던 50대 경찰관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우울증에 시달리다 끝내 숨지면서 현장 경찰관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19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광주지역 한 지구대 소속 A경감이 전날 병원 치료 도중 숨졌다.

A경감은 지난 2024년 4월 광주 남구 송하동에서 발생한 ‘경찰관 3명 피습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 중 한 명이다.

당시 경찰은 행인을 폭행한 뒤 달아난 용의자를 검거하기 위해 112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나, 용의자가 길이 25㎝가량의 톱을 들고 경찰관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휘두르면서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됐다.

경찰은 공포탄과 실탄까지 발사하며 제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A경감은 이마와 왼쪽 다리 등을 크게 다쳐 다량 출혈을 입었다. 이후 전남대학교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신체적 부상은 회복됐지만, 이후 극심한 우울감과 PTSD 증세를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광주 서구 매월동의 장례식장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공무집행방해 사건을 넘어 현장 대응 경찰관들에게 장기적 정신적 상처를 남긴 사례라고 보고 있다.

흉기 난동이나 강력 사건 현장에 반복적으로 투입되는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사건 이후 수면장애와 불안 증세, 우울감 등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동료가 피를 흘리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거나 생명의 위협을 경험한 경찰관들 가운데서는 “칼이 다시 보이는 환각이 든다”, “출동 지령 소리만 들어도 몸이 굳는다”, “현장 복귀가 두렵다”는 반응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경찰관 3명 피습 사건’ 당시 피해 경찰관들은 사건 직후 심각한 신체·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흉기 난동과 총기 발포 상황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 기억상실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해 2월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흉기 난동범에게 중상을 입고 실탄 사격 끝에 범인을 제압했던 또 다른 경찰관 역시 현재 병가와 휴직을 반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은 현재 심리 상담과 치료 지원을 위한 ‘마음동행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상담 기록에 대한 조직 내부 시선과 인력 공백 부담 등으로 치료 참여를 꺼리는 분위기도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수 광주경찰청 직장협의회 회장은 “직무 중 사고를 당해 PTSD 등에 시달리는 경찰관이 상당히 많지만 공상이나 순직 인정은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더는 안타까운 사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관심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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