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수사’라며 모텔로 유인…진화하는 피싱

광주 1~4월 95건 발생·214명 검거…피해액 95억
공공기관 사칭·셀프감금 등 공포 심리 조작 수법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2026년 05월 20일(수) 18:44
광주경찰청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갈수록 정교해지며 시민 일상으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강력한 단속과 엄벌 기조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 사칭, 악성 앱 설치, 심리적 고립 유도 등 새로운 유형의 범죄가 잇따르고 있어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광주경찰청은 올해 1~4월 광주지역 보이스피싱 범죄 발생 건수가 95건으로 집계됐다고 20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2건과 비교하면 47.8% 감소한 수치로, 피해 금액 역시 114억원에서 95억원으로 줄었다.

올해 들어서도 피싱 의심 전화번호 등 범행 수단 1985건을 차단했고, 61명의 피해자에게서 약 28억원 상당의 피해를 예방했다. 피싱범 214명도 검거했다.

다만 피해 규모와 발생 건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범죄 수법은 더욱 지능화하는 양상이다.

최근에는 단순 금융사기를 넘어 피해자의 불안과 공포 심리를 교묘히 자극하는 ‘심리 조작형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 지난 4월에는 20대 회사원이 검사와 금융감독원을 사칭한 조직의 지시에 따라 서울의 한 숙박업소에 스스로 몸을 숨긴 채 자산 검사를 받는 이른바 ‘셀프감금’ 상태에 놓였다가 경찰 설득으로 3000만원 상당의 피해를 막았다.

범죄 조직은 피해자에게 “범죄에 연루돼 자산 검사를 해야 한다”, “임시 보호관찰 형식으로 비밀 수사를 진행하겠다”, “가족에게 절대 알리지 말라”, “사람 없는 곳이나 모텔로 이동하라”는 식으로 접근하며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월에는 광주 남구 한 병원에서 입원 중이던 60대 여성이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인물과 장시간 통화하는 모습을 수상히 여긴 간호사의 신고로 8000만원 피해를 예방한 사례도 있었다.

또 광산구에서는 편의점 직원이 대출을 이유로 수십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구매하려는 손님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하면서 범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단속과 처벌 강화만으로는 보이스피싱 범죄 근절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병곤 남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해외 거점 조직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수법을 만들어내고 있어 시민 개개인의 경계심과 주변의 신속한 신고 체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신청하지 않은 카드·법원 등기가 배송 중이라는 안내 문자 △출처 불명의 링크(URL) 접속 요구 △검사·금감원·경찰 등을 사칭하며 비밀 수사를 이유로 모텔 투숙이나 자금 이체를 요구하는 행위 등을 대표적인 보이스피싱 유형으로 꼽았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검찰·금감원·경찰 등 공공기관은 전화로 자금 이체나 비밀 숙소 이동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의심스러운 전화를 받으면 즉시 통화를 끊고 가까운 경찰관서나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1394)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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