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발생 루트 조망…인식과의 관계 탐구

최요안 기획초대전 7월 19일까지 드영미술관서
4개 섹션 구성…생성형 인공지능 기반 등 활용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6년 05월 25일(월) 16:10
‘분노하라’
‘같은 얼굴 프롬프트 기복 해독 후 생성된 이미지’
최요안 작가의 기획초대전이 지난 24일 개막, 오는 7월 19일까지 드영미술관에서 열린다.

‘잠상’(潛像)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이미지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인식되는지를 살펴보는 자리이다.

주제인 ‘잠상’은 본래 사진에서 빛에 반응했지만 아직 선명한 형상으로 나타나기 전의 이미지를 뜻한다. 이미 존재하지만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이미지, 보이지 않는 상태로 잠재된 이미지를 지칭한다. 이번 전시는 이 개념을 사진의 기술적 과정에 한정하지 않고, 오늘날 이미지와 인식의 관계를 탐구하는 주제로 확장한다.

최 작가는 완성된 이미지를 단순히 제시하기보다,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해석되는 과정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의 작업에서 이미지는 처음부터 고정된 형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어와 기호, 장치와 관람자의 행위가 맞물리는 순간 비로소 드러난다.

잠상은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첫번째 섹션 ‘숨겨진 언어’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작업이다. 작가는 AI에게 이미지를 생성하도록 지시하는 프롬프트를 ASCII코드로 변환한 뒤, 이를 다시 0과 1의 이진 데이터로 바꾸고, 이를 흑과 백으로 치환해 바둑판 형태의 격자 위에 배열한다. 관람객은 ‘잠상‘ 사이트(https://jamsang.pages.dev)의 기보 변환 과정을 통해 인간의 언어가 기계의 언어를 거쳐 다시 이미지로 전화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부감 프롬프트 기보’
‘한들거리는 빛’
이어 두번째 섹션 ‘검은 빛, 하얀 어둠’은 색과 명암이 반전된 회화 작업으로 구성된다. 작품은 눈앞에 존재하지만, 네거티브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바라볼 때 전혀 다른 이미지로 전환된다. 이를 통해 ‘본다’는 행위가 단순한 시각적 수용이 아니라, 장치와 조건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또 세번째 섹션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에서는 수많은 이미지가 같은 형식 안에 배열된다. 컬러 이미지는 흑백으로, 흑백 이미지는 다시 비어 있는 화면으로 향하며, 이미지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나타남과 사라짐 사이에 머무는 불확정한 상태로 제시된다.

마지막 섹션인 ‘심연으로부터’는 신문과 잡지 이미지를 오려내고 재조합한 작가의 초기 콜라주 작업을 선보인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형상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서로 다른 이미지의 파편들이 겹쳐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현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또한 선택과 편집의 과정을 거친다는 점을 드러낸다.

잠상은 빠르게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이미지의 시대에 잠시 멈춰 서서, 이미지가 어떻게 발생하고 해석되는지를 다시 묻게 하는 전시로, 관람객은 작품을 따라가며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단순한 이미지인지, 장치와 해석이 만들어낸 결과인지, 혹은 아직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잠재적 형상인지를 스스로 질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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