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의 중요성

임영진 사회부 차장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2026년 05월 28일(목) 18:37
1980년 5월 광주는 총칼 앞에서도 서로를 외면하지 않았다. 이름 모를 타인을 위해 주먹밥을 만들고, 거리로 나가 헌혈에 동참했다. 계엄군의 폭력 속에서도 광주는 공동체를 지켜냈고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았다.

46년이 지난 올해도 금남로와 5·18민주광장 곳곳에서는 그 정신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세대는 달라도 함께 걷고 노래하며 민주주의와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렇게 오월은 과거의 역사에 머물지 않고 오늘의 민주주의로 다시 살아났다.

하지만 올해 5월은 깊은 감동만큼이나 씁쓸한 과제도 남겼다. 왜곡과 폄훼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특히 AI 기술까지 악용한 허위 이미지와 가짜뉴스가 등장하면서 경찰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존재하지 않는 신문 지면을 조작해 북한군 개입설을 퍼뜨리는 등 오월 정신을 조롱하고 희생자들을 모욕했다.

최근 스타벅스 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 역시 광주시민과 오월 유가족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국민 앞에 고개 숙이며 의도성을 부인했지만, 5월 광주가 가진 역사성과 상징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웠다.

이번 일을 통해 더욱 분명해진 과제가 있다. 바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다. 계엄과 내란의 시간을 넘어 왔지만, 5·18 정신은 아직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헌법에 담는 일은 단순한 역사 기념이나 정치적 선언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국가가 국민 앞에 다시는 불법 계엄과 민주주의 파괴, 국가폭력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헌법으로 약속하는 일이다. 동시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와 공동체 정신을 국가의 이름으로 바로 세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지난 7일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의 개헌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면, 오월의 역사와 의미를 가볍게 소비하거나 왜곡하는 일들은 지금보다 훨씬 무거운 사회적 책임 속에 다뤄졌을 것이다.

오월의 정신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이제는 광주의 공동체 정신과 민주주의를 기억하는 데 머물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속에 그 이름과 가치를 온전히 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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