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원자재 쇼크…중소기업 "조업 축소 검토"

중기중앙회, 설문조사…원부자재 가격 20% 이상 치솟아
기업들 "원가 부담 증가…정부 모니터링 강화 등 대책을"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2026년 06월 02일(화) 17:26
중동 정세에 따른 생산활동 변화 그래프
중동전쟁 장기화 여파로 국내 중소기업 생산현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원부자재 가격 급등과 공급 부족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 10곳 중 4곳은 사태가 더욱 장기화될 경우 ‘조업 축소’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중동 관련 중소기업 원부자재 수급 애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중동 정세 이후 생산활동 변화로 ‘원가 부담 증가’를 꼽은 기업은 94.6%에 달했다. ‘원부자재 물량 부족’ 역시 80.7%로 조사돼 가격 상승과 공급 불안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는 원부자재를 수급하는 중소기업 41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실제 원부자재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올해 2월 말과 비교해 주요 원부자재 평균 매입단가가 20% 이상 상승했다고 답한 기업은 71.9%에 달했다. 특히 포장재·필름·종이 사용 기업 가운데 31.4%는 가격이 80% 이상 폭등했다고 응답해 전체 평균의 두 배를 웃돌았다.

재고 상황도 심상치 않다.

적정 재고 수준 대비 현재 재고를 70% 미만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응답은 65.9%에 달했다. 현재 보유한 재고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이 1개월 미만이라는 응답도 36.1%로 집계됐다.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 원료 의존도가 높은 포장재·필름·종이 업종의 충격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업종 기업의 58.8%는 주요 원부자재 가격이 40% 이상 상승했다고 답했고, 이 가운데 31.4%는 80% 이상 폭등했다고 응답했다.

플라스틱·합성수지와 고무·도료·잉크·접착제류 업종 역시 원가 부담 증가 응답이 96~98%에 달하는 등 사실상 대부분 기업이 원가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식품·생활용품·건설자재·전자제품 등 전방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중소기업 상당수가 최종 소비재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를 공급하고 있는 만큼 원가 상승분이 납품단가와 소비자 가격에 순차적으로 반영될 경우 물가 부담 확대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공급 차질까지 겹칠 경우 생산 지연과 납기 차질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국제 정세 이슈가 아닌 공급망 리스크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원부자재 가격 급등과 물류 차질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중소기업 경영난이 심화된 바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중동 정세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경우 원부자재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자금력이 부족한 영세기업부터 생산 차질과 수익성 악화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요 원부자재 평균 매입단가 변화 그래프


실제로 응답 기업의 39.8%는 중동 정세가 앞으로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조업 축소’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휴업 검토는 3.2%, 정규직 감원은 4.1%였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전체 응답 기업의 절반가량이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타’ 응답 기업 가운데 204개사가 사실상 ‘계획 없음’이라고 답해 전체 기업의 49.7%가 장기화에 대비한 별도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는 ‘원부자재 가격 및 공급상황 모니터링 강화’가 30.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납품단가 조정 및 납품대금 연동제 활용 지원’(23.7%), ‘대체 원부자재·수입처 발굴 지원’(17.3%),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12.4%) 순이었다.

현장에서는 대기업 공급사의 가격 인상과 공급 제한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필름·포장재 제조기업들은 가격 산정 기준이나 사전 협의 없이 원료 가격 인상이 통보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일부 원료의 경우 톤당 가격이 15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뛰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희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동발 공급망 충격 속에서 대기업 공급사의 일방적인 가격 인상과 공급 제한으로 중소기업들이 생산 차질과 자금난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포장재나 플라스틱 등 기초 원부자재의 공급 차질은 식품·생활용품 등 전방산업의 생산 차질로 확산될 수 있는 만큼 공급망 안정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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