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세평]칼을 대지 않고도 허리 디스크를 고칠 수 있을까?

임규훈 약샘한의원장

임규훈 gn@gwangnam.co.kr
2026년 06월 10일(수) 17:47
임규훈 약샘한의원장
가장 흔하면서도 무서운 척추 질환을 꼽으라면 단연 ‘허리 디스크’라는 질환이다. 정확한 명칭은 ‘요추추간판탈출증’이다. 척추뼈 사이에서 완충 작용을 하는 젤리 같은 조직인 ‘디스크(추간판)’가 제자리를 벗어나 밀려 나오면서 주변 신경을 누르고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 다리가 저려 걷기조차 힘들어지면 덜컥 겁부터 난다. ‘결국 수술을 해야 하나?’, ‘칼을 대지 않고는 못 고치는 걸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리 디스크로 수술을 꼭 받아야 하는 환자는 전체 디스크 환자의 5% 미만에 불과하다.

즉각적인 응급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마미증후군이다. 대소변을 조절하는 능력이 상실돼 대소변 실금이 나타나는 경우와 항문, 성기 주변, 엉덩이 안쪽 부위(안장 부위)의 감각이 마비되거나 무뎌지는 경우이다.

두 번째 급격히 진행되는 마비 증상이 나타날 때이다. 다리나 발가락의 힘이 눈에 띄게 빠지고 발목을 위로 들어 올리지 못해 보행시 발끝이 땅에 걸리는 증상(족하수)이 갑자기 나타나거나 빠르게 악화할 때이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수술 없이 보존적인 치료로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한의학에서는 이 지독한 허리 디스크를 어떻게 치료하고 다스릴까? 칼을 대지 않고도 우리 몸의 자생력을 깨워 척추를 바로잡는 한방 비수술 치료의 원리를 쉽게 풀어보자.

먼저 침치료가 있다.

허리 디스크가 생기면 튀어나온 디스크가 신경을 압박할 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 심한 ‘염증 반응’이 일어난다. 다리가 저리고 당기는 증상도 사실 이 염증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에서는 우선 침 치료를 통해 막힌 기혈 순환을 도와주고 통증을 완화한다. 허리 주변의 굳어진 근육과 인대를 부드럽게 풀어주어 척추에 가해지는 비정상적인 압박을 줄여주는 것이다. 침 자극은 신경계의 통증 차단 물질 분비를 촉진하여 극심한 통증을 진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침치료는 국소 부위뿐만 아니라 뇌와 자율신경계를 거쳐 전신적인 염증성 사이토카인 폭풍까지 제어하는 복합적인 경로를 통해서 염증을 완화하는 작용을 한다.

다음으로 약침 치료가 있다.

침 치료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치료가 바로 ‘약침(藥針) 치료’이다. 약침은 한약재에서 추출하고 정제한 유효 성분을 주사기를 통해 아픈 부위나 경혈에 직접 주입하는 방법이다. 침의 효과와 한약의 효과를 동시에 극복하는 스마트한 치료법이다.

정제된 한약 성분이 신경 주변의 염증과 부종을 빠르게 가라앉히고, 손상된 신경의 재생을 촉진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특히 스테로이드 성분 없이도 통증의 원인이 되는 염증을 안전하게 가라앉힐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마지막으로 한약 치료가 있다.

침과 약침이 외부에서 자극을 줘 통증과 염증을 다스리는 치료라면, 한약 치료는 내부에서 척추를 지탱하는 힘을 키워주는 ‘내과적 보강’이다.

디스크가 터지면 주변 조직은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다. 이때 환자의 체질과 증상에 맞춘 한약은 몸 안의 독소와 염증을 배출하는 것은 물론, 척추를 감싸고 있는 근육과 인대를 튼튼하게 강화해 준다. 또한 약해진 뼈와 연골 조직에 영양을 공급해 척추가 다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

아무리 주변 통증을 없애놓아도 지탱하는 인대와 근육이 흐물흐물하면 금세 다시 무너지기 마련이다. 한약은 건축물의 기반을 단단하게 다져줘 재발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인간의 몸은 신비로워서, 튀어나온 디스크를 우리 몸의 면역 세포(대식세포 등)가 이물질로 인식해 스스로 흡수하고 제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디스크가 크게 터져 흘러내릴수록 우리 몸의 면역 반응이 활발해져 더 잘 흡수되기도 한다.

한방 치료는 디스크를 강제로 잘라내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몸이 가진 이 놀라운 ‘자생력’이 100% 발휘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치료이다. 통증과 염증이라는 방해 요소를 제거하고, 주변 조직을 튼튼하게 만들어 몸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시간과 힘을 벌어주는 것이다.

칼을 대기 전, 내 몸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허리 디스크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급함을 버리는 것이다. 오랜 시간 잘못된 습관으로 서서히 망가진 척추가 단 며칠 만에 마법처럼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다. 수술은 당장의 통증을 빠르게 없애줄지 몰라도, 척추 약화라는 또 다른 숙제를 남기기도 한다.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먼저 내 몸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정교한 침 치료와 약침 치료로 통증을 다스리고, 한약으로 내실을 다지는 한방 치료는 내 몸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척추의 건강을 뿌리부터 회복하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오늘부터 허리를 곧게 펴고, 내 척추가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여 보시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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