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경매로 밀려나는 집·가게가 보내는 경고음

송대웅 산업부 차장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2026년 06월 14일(일) 18:02
송대웅 산업부 차장
집은 삶의 터전이고, 자영업자에게 가게는 생계의 터전이다.

최근 광주에서는 이 두 공간이 동시에 법원 경매시장으로 밀려나고 있다. 올해 1~5월 광주지역 집합건물 강제경매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635건으로 지난해 연간 신청 건수(608건)를 이미 넘어섰다. 아파트와 빌라, 오피스텔, 상가 등 시민들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공간들이 채무를 견디지 못하고 경매시장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증가 속도였다. 광주 집합건물 강제경매 신청은 2020년 642건에서 2021년 497건으로 줄었지만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2024년에는 808건까지 늘었다. 지난해 다소 감소했지만 올해는 불과 5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수준을 넘어섰다. 단순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려운 흐름이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경매 물건의 성격이다. 집합건물은 아파트와 연립·다세대주택, 오피스텔, 상가 등 시민들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부동산이다. 공장이나 토지보다 실제 거주와 생계에 직접 연결된 자산이다. 이들 부동산이 경매시장에 대거 등장한다는 것은 가계와 자영업자의 부담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상가 경매 증가는 지역 상권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코로나19 이후 회복을 기대했던 자영업 시장은 고금리와 소비 위축,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여전히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사가 되지 않으면 대출로 버티고, 다시 대출로 연명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하지만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시점이 오면 가게는 경매시장으로 향하게 된다.

주거용 부동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금리 부담은 늘었지만 소득은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 역시 위축돼 자산을 처분해 현금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채무를 감당하지 못한 일부 가구가 경매라는 마지막 단계에 내몰리고 있다.

물론 경매 건수 증가를 곧바로 경제위기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 전세보증금 반환 문제나 각종 채권 분쟁, 투자 실패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최근 증가세를 고려하면 지역경제 전반의 어려움과 무관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집과 가게는 시민들의 삶이 쌓여 있는 공간이다. 그 공간들이 경매시장으로 밀려나는 일이 계속 늘어난다면 단순히 경매 건수 증가로만 볼 문제가 아니다.

지금 광주의 경매 통계는 지역경제가 보내는 또 하나의 경고음일지 모른다. 숫자 뒤에 가려진 시민들의 삶을 함께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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