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女소방관 사망 의혹’ 진상규명 길 열리나

광주경찰청 내사 착수…국무조정실·소방청 감찰도 진행
음주 강요·직장 내 괴롭힘·감찰 묵살 의혹 규명 여부 주목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2026년 06월 16일(화) 18:07
광주경찰청
지난해 숨진 광주 여성 소방관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둘러싼 진상 규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소방청과 국무조정실의 감찰에 이어 경찰까지 내사에 착수하면서 고인의 사망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명확히 밝혀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광주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16일 광산소방 소속 고 A소방교 사망 사건과 관련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가 전날 광산경찰서에 제출한 진정서를 토대로 관련 자료와 기록을 검토하고, 진정인과 사건 관계자들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정식 수사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A소방교는 지난해 10월 전남의 한 지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광산소방은 자체 조사를 벌인 뒤 7일 만에 “특이사항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후 고인이 생전 상담한 내용이 면직 관련 행정문서에 기재된 사실이 알려지고, 유족들이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유족 측은 고인이 상급자의 잦은 술자리 참석 요구와 부당한 업무 지시, 조직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주장해왔다. 또 광주소방본부가 사망 면직 처리 과정에서 사망 사유를 ‘남자친구와의 불화’로 기재해 사건의 본질을 왜곡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광주소방본부는 유족들의 문제 제기에도 수개월간 별다른 감찰에 나서지 않다가 유족이 소방청을 찾아 진상조사를 요청한 이후인 지난달 감찰에 착수했다. 이후 소방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관련 의혹을 공론화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하면서 국무조정실도 직접 조사에 나섰다. 국무조정실 감찰반은 지난 12일부터 광산소방서를 방문해 음주 강요와 직장 내 괴롭힘, 감찰 요구 묵살 의혹 등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감찰 과정에서는 갑질 의혹이 제기된 간부급 소방공무원의 인사 과정도 주요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광산소방 소속 B소방경은 지난해 내부 익명 신고 제도인 ‘레드휘슬’에 신고가 접수된 이후 외근 부서인 현장대응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약 6개월 뒤인 올해 1월 정기 인사에서 광주소방본부 내 계장급 내근 보직으로 다시 발령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시기는 A소방교 유족이 광주소방본부에 직장 내 괴롭힘과 음주 강요 의혹 등에 대한 감찰을 요구하던 시기와 맞물려 인사 적절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고인의 사망에 직장 내 괴롭힘과 음주 강요 등이 실제 영향을 미쳤는지, 또 유족들의 감찰 요구가 조직 내부에서 묵살됐는지 여부다. 아울러 광주소방본부와 광산소방서의 초기 대응이 적절했는지도 주요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와 유족 측은 “국무조정실 감찰은 행정조사에 한계가 있는 만큼 수사기관의 객관적인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며 “고인의 명예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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