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만에 드러난 유해…5·18 행불자 단서 될까

광주 효령동 암매장 추정지 발굴조사서 4구 확인
1구 두개골에 총상 추정 천공 확인…DNA 조사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2026년 06월 18일(목) 18:11
지난 5월 13일부터 광주 북구 효령동 일원에서 5·18 민주화운동 암매장 추정지 발굴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해당 부지는 과거 효령공동묘지로 사용된 곳으로 현재도 139기의 봉분이 남아 있으며 지난해 시민 제보를 통해 암매장 가능성이 제기돼 발굴 대상지로 확정됐다.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광주 북구 효령동 5·18민주화운동 암매장 추정지에서 유해 4구가 발굴되면서 46년째 미제로 남아 있는 행방불명자 진상 규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유해 1구의 두개골에서 총상으로 추정되는 천공 흔적이 확인돼 5·18 희생자일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18일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5일까지 광주 북구 효령동 산143 일대에서 진행된 암매장 추정지 발굴조사 과정에서 유해 4구가 발견됐다. 현재 유해에 대한 DNA 추출 작업이 진행 중이며, 분석 결과가 나오면 5·18 행방불명자 유가족들의 DNA와 대조해 신원 확인 절차가 이뤄질 예정이다.

발굴된 유해 가운데 1구는 두개골에서 작은 구멍 형태의 천공 흔적이 확인됐다. 정확한 원인은 법의학적 정밀 감정을 거쳐야 하지만 총상에 의한 흔적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1980년 5월 실종된 시민과의 연관성 여부가 주목된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접수된 한 시민의 제보를 계기로 시작됐다. 제보자는 “1980년 5월 버스 운행이 재개된 직후 효령동 공동묘지 인근 논에서 모내기를 하던 중 군인들이 군용트럭에서 피가 묻은 포대를 내려 산비탈 쪽으로 옮기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은 계엄군과 민간인 진술, 현장조사 결과 등을 종합 검토해 효령동 산 143 일대를 암매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판단했다. 이후 개토제를 시작으로 발굴에 착수해 전체 조사 대상지 2140.8㎡ 가운데 암매장 가능성이 제기된 약 1000㎡를 집중 조사했다.

효령동 일대는 과거 공동묘지로 사용됐던 지역으로, 오래전부터 5·18 암매장 의혹이 제기돼 왔다. 2000년대에도 두 차례 발굴조사가 이뤄졌으나 행방불명자와 관련된 결정적인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2008년 발굴된 유해 역시 감식 결과 무연고 묘지 유해로 확인돼 5·18과의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공식 행방불명자는 8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지만 상당수는 현재까지 생사와 행적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2019년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발견된 유해 역시 감정이 진행됐지만 행방불명자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밝혀지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번 효령동 발굴은 단순한 유해 발견을 넘어 장기간 답보 상태였던 진상규명 작업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단 관계자는 “당시 계엄군에 의해 희생된 시민들이 암매장됐거나 상무대에 임시 안치됐던 시신이 이곳으로 이장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해 왔다”며 “DNA 분석과 법의학 감정을 통해 5·18과의 연관성을 면밀히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단은 이달 말 언론간담회를 열고 발굴 경위와 유해 분석 결과, 향후 조사 계획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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