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점에 선 ‘미래차 도시’ 광주]<2> 실증 구간의 현실

도심 누비는 자율주행차…시민 안전·신뢰 확보해야
광주 전역 단계적 실증 확대…스마트 교차로·V2X 등 구축
불법주정차·이륜차 등 변수…기존 교통체계와 충돌 우려도

이승홍 기자 photo25@gwangnam.co.kr
2026년 06월 22일(월) 07:30
광주 서구 광천동 광천사거리는 고속버스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등이 위치하고 무진대로, 죽봉대로가 교차해 상습 정체구간으로 손꼽힌다.
<연재 순서>

<1> 프롤로그

<2> 실증 구간의 현실←

<3> 자율주행, 직접 타보니

<4> 해외 상용화 사례 비교

<5> 전문가 제언



자율주행 업계에서는 “테스트베드와 실도로는 전혀 다른 환경”이라고 말한다. 실도로에는 신호가 바뀌기 직전 무리하게 진입하는 차량과 골목길 불법 주정차 차량,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보행자와 배달 오토바이 등 인공지능(AI)이 실시간으로 판단하고 대응해야 할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광주시가 추진하는 자율주행 실증사업은 바로 이 현실 도로 위에서 진행된다. 산업단지나 제한된 테스트 구간이 아니라 시민들이 이용하는 생활도로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 실증사업과 차이가 있다.

실제 광주 도심은 자율주행에 결코 단순한 환경이 아니다. 출퇴근 시간 상무지구 교차로에는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고, 광천동과 충장로 일대 구도심 골목길에는 불법 주정차 차량과 배달 오토바이가 뒤섞인다. 어린이보호구역과 복합 교차로, 이면도로 역시 AI가 실시간으로 판단해야 할 변수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광주 전역에 자율주행 차량 200대를 단계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광산구와 북구, 서구 일부 외곽지역과 도농복합 지역을 중심으로 실증을 시작하고, 이후 동구와 남구, 주요 도심 생활권까지 범위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광주시는 자율주행 실증을 단계별로 확대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초기에는 교통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곽지역과 공공기관 인근에서 안전성 검증을 진행한 뒤, 이후 주거 밀집지역과 주요 상업지구로 운행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운행 초기에는 안전요원이 차량에 동승해 돌발 상황에 대응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주행 데이터와 안전성이 확보되면 일부 구간에서 무인 운행 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와 광주시는 실증 과정에서 확보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레벨4 기반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실증 범위가 생활도로 전반으로 확대될수록 기술 난도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광주의 도심 구조는 자율주행에 결코 유리한 환경이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왕복 2차선 골목길과 불규칙한 불법 주정차, 복잡한 교차로 구조, 혼재된 보행 동선 등은 자율주행 시스템이 가장 어려워하는 조건들이다.

특히 배달 오토바이와 전동킥보드, 자전거 이용이 급증하면서 도심 교통 환경은 더욱 복잡해졌다. AI가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는 신도시형 구조와 구도심 생활도로가 함께 혼재돼 있어 다양한 환경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실증 초기에는 안정적인 운영 체계를 구축한 뒤 단계적으로 운행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차량이 도로를 달리기 위해서는 차량 기술 외에도 도시 인프라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광주시는 현재 도시교통정보센터(UTIC)와 연계한 실시간 교통 데이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신호정보를 차량과 공유하는 스마트 교차로와 V2X(차량-사물 통신) 인프라도 확대 중이다. 차량이 단순히 카메라와 센서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도로와 신호체계, 통신망까지 연결되는 구조다.

자율주행 기술은 결국 얼마나 다양한 상황을 경험하고 학습했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골목길 진입이나 우회전 보행자 충돌 위험, 복합 교차로 상황 등 실제 생활도로 데이터가 많을수록 AI 판단 정확도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 발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시민 안전과 사회적 수용성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시민들이 불안하다고 느끼면 상용화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실제 해외에서도 자율주행 차량의 돌발 정차와 보행자 사고 사례가 잇따르면서 안전성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광주시는 최근 경찰·소방·교통기관·운수업계·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자율주행 실증도시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협의체는 실증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민 불안 요소와 교통체계 변화, 안전 문제 등을 점검하고, 운수업계와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시대에는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교통사고는 운전자 과실 여부가 핵심이었다면, 자율주행차는 차량 제조사와 소프트웨어 개발사, 플랫폼 운영사, 통신 시스템 등 다양한 요소가 사고 원인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자율주행차 사고책임 TF’를 별도로 구성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TF는 사고 유형별 책임 기준과 보험 처리 절차, 데이터 기록 체계 등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보험 체계 구축도 병행되고 있다. 국토부는 앞서 ‘K-자율주행 협력모델’을 통해 보험 분야 참여 기업으로 삼성화재를 선정했다. 삼성화재는 자율주행 사고 발생 시 사고당 최대 100억원, 연간 총 300억원 규모의 보상 한도를 제시하며 실증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대응 체계 구축에 참여하고 있다. 보험 가입부터 사고 대응, 데이터 분석, 보상 절차까지 연계하는 방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 교통사고는 운전자 과실 중심으로 판단했지만 자율주행은 데이터 분석과 시스템 오류 판단이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사고기록 체계와 책임 기준을 어떻게 정립하느냐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운수업계의 시선도 복잡하다.

미래 산업 전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기존 교통 체계와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운수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는 흐름 자체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상용화 단계에서는 택시와 버스, 물류 체계 변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함께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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