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폭염·물가 상승…전통시장 상인들 ‘이중고’

농산물 생산량 감소로 가격 오름세…소비심리 위축
열악한 냉방시설에 손님도 줄어 여름 장사 ‘빨간불’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2026년 06월 23일(화) 18:05
23일 찾은 양동시장 내 수산시장 골목. 점포마다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지만 한낮 무더위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예년보다 이르게 찾아온 폭염이 농수산물 가격 상승과 소비 위축을 불러오면서 지역 전통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농산물 생산량 감소로 채소와 과일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냉방시설이 부족한 전통시장에는 고객 발길마저 뜸해지면서 상인들은 ‘매출 감소’로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23일 오전 찾은 광주 서구 양동시장. 채소와 과일, 수산물을 판매하는 점포 곳곳에서는 선풍기와 냉풍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한낮 무더위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었다.

양동시장에서 27년째 채소를 판매하고 있는 한모씨(52)는 “상추나 깻잎 같은 엽채류는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데 올해는 더위가 빨리 찾아오면서 산지 물량 자체가 줄었다”며 “도매가격이 오르니 소매가격도 따라 오를 수밖에 없는데 손님들은 ‘너무 비싸다’며 한 봉지 살 것을 반만 사거나 아예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오전이면 준비한 물건이 어느 정도 빠졌는데 요즘은 손님 자체가 줄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30%는 떨어진 것 같다”며 “가격은 오르는데 남는 건 없고 장사는 더 안돼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밥상물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상추와 배추, 오이 등 주요 채소류 가격은 최근 고온 현상과 작황 부진 영향으로 평년 수준을 웃돌고 있다. 여름철 대표 과일인 수박과 참외 등도 출하량 변동에 따라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수산물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높은 수온과 기상 여건 변화로 일부 어종의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생선류를 중심으로 수산물을 판매하는 김모씨(61)는 “날씨가 더워지면 얼음 사용량도 늘고 냉장·냉동시설 가동 시간도 길어져 관리비 부담이 커진다”며 “그런데 소비는 오히려 줄어 수지가 맞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폭염이 계속되면 상품 관리도 어렵고 손실도 늘 수밖에 없어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폭염이 장기화할 경우 물가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고온 현상이 이어질 경우 농축수산물 생산과 유통 전반에 영향을 미쳐 가격 상승세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통시장의 열악한 냉방 환경도 소비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대형마트와 달리 대부분 개방형 구조인 전통시장은 폭염에 취약해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수록 체류 시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일부 구간에 냉풍기와 대형 선풍기가 설치돼 있지만 시장 전체를 아우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치솟는 밥상물가와 이른 무더위가 겹치면서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생산자와 상인, 소비자 모두가 폭염의 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 물가 안정과 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동시장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광주를 대표하는 규모 전통시장인 양동시장 마저도 폭염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라며 “그나마 우리시장은 시설 개선 사업이나 지원을 받을 기회가 있기도 하지만, 규모가 작은 전통시장들은 냉방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상기후가 매년 반복되는 만큼 단순한 폭염 대책을 넘어 전통시장 환경 개선을 위한 중장기 지원이 필요하다”며 “지자체와 정부가 냉방시설 확충, 전기요금 부담 완화, 시설 현대화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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