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권익위원 칼럼]정당방위와 행위 박봉순 동신대학교 지역협력본부장
박봉순gn@gwangnam.co.kr |
| 2026년 06월 23일(화) 18: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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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봉순 동신대학교 지역협력본부장 |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나 예상치 못한 위험에 처할 수 있고 정의롭지 못한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잘못된 일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괜히 엮이고 싶지 않고, 이후 수사 과정에서 해명과 증빙을 반복해야 하는 부담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문제는 옳지 못한 일을 바로잡으려 나섰는데 돌아오는 것이 감사가 아니라 조사와 처벌이라면 앞으로 누가 선뜻 행동에 나설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우리 사회는 오래전부터 정당방위를 인정한다고 이야기해 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실제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당방위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막기 위한 상당한 행위일 때 인정된다. 문제는 이 ‘상당성’이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된다는 점이다. 현실의 폭력 상황은 법 조문처럼 차분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특히 여성과 노인, 장애인처럼 신체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현행 정당방위 기준은 더 가혹하게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정당방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 무조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자칫 보복이나 사적 제재까지 정당화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일정한 기준과 제한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문제는 기준의 존재가 아니라 지나치게 소극적인 적용에 있다. 법은 국민에게 국가가 보호하지 못하는 긴급한 순간에는 스스로를 지킬 권리가 있다고 말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 권리를 인정하기보다 먼저 의심하는 방향에 가깝다.
정당방위 판단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은 당시 피해자가 느꼈을 공포와 위협이다. 완벽하게 균형 잡힌 대응을 요구하기보다 일반인이 같은 상황에서 어느 정도까지 반응할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지속적인 가정폭력이나 스토킹처럼 반복적 위협 속에서 발생한 방어행위 역시 단순한 우발적 충돌과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위험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자신을 지키기보다 먼저 법적 책임을 걱정한다. 밤길에서 위협을 당하거나 주거침입 상황을 겪더라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이후 벌어질 수 있는 수사와 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결국 법이 범죄 피해자에게 안도감을 주기보다 오히려 움츠러들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국가의 역할은 시민이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위급한 순간에는 신속하게 보호하는 데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경찰이 즉각 현장에 도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자가 홀로 위협에 노출되는 순간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최소한 자신의 생명과 신체를 지키기 위한 방어행위만큼은 폭넓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법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최소한의 정의와 안전에 대한 믿음을 제공해야 한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행동조차 범죄가 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질수록 시민들은 법을 신뢰하기 어렵다. 정당방위의 문턱을 무조건 낮추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현실의 공포와 긴박함을 충분히 반영하는 방향으로 판단 기준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오래전 한 교장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골목에서 고학년 학생이 저학년 학생의 금품을 빼앗는 모습을 보고 이를 꾸짖다가 군밤 한 대를 때렸고 결국 폭행 사건으로 입건됐다는 이야기였다. 경찰 역시 정당한 행동임을 알지만 신고가 접수된 이상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 이후 그는 다시는 그런 일에 나서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 이야기는 많은 시민들이 느끼는 현실 인식을 보여준다.
정당방위와 정당한 행동을 둘러싼 논란은 결국 우리 사회가 피해자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범죄 피해 상황에서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가치는 공격자의 안전이 아니라 피해자의 생명과 안전이다.
시민이 위험 앞에서 최소한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사회 전체의 안전망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정당방위와 정당한 행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법적 판단 기준 역시 시대 변화에 맞춰 보다 현실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또한 경찰권을 조롱하고 공권력에 대한 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오늘날, 사회질서 유지와 정당한 공권력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공권보호국’과 같은 발상을 고민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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