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미래세대를 위한 도시

이당금 예술이빽그라운드 대표

이당금 gn@gwangnam.co.kr
2026년 06월 25일(목) 15:11
이당금 예술이빽그라운드 대표
광주와 전남이 다시 하나가 된다. 40여 년 만이다. 1986년 광주가 직할시로 승격되며 전라남도와 분리된 이후, 두 지역은 각자의 행정 언어와 삶의 리듬을 만들어왔다. 광주는 민주·인권·문화의 도시로, 전남은 농어업·해양·생태·에너지의 광역지대로 성장했다. 분리는 그 시대의 필요였다. 40여 년만에 통합은 단순한 회귀가 아니다. 생활권의 재편이고, 예산 구조의 대전환이며, 정치 권력의 재배치다. 무엇보다 시민과 도민의 삶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이재명 정부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구상을 내세운 핵심 명분은 분명하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설 비수도권의 새로운 성장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광주의 인공지능, 문화, 민주주의 상징성에 전남의 재생에너지, 농수산, 해양, 생태 자원을 결합해 규모 있는 지방정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민형배 당선인 역시 전남의 에너지와 자연, 광주의 AI와 문화 역량을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라면 통합은 행정의 합산이 아니라 성장동력의 연결이어야 한다.

한때 우리는 ‘지방이 답이다’라는 말을 해왔다. 수도권으로 모든 인재와 자본과 욕망이 빨려 들어가는 구조 속에서 지역은 변방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중심이어야 한다는 문제제기였다. 그런 의미에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지역이 스스로 미래 도시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가를 묻는 첫 시도다. 지역이 하나의 문명적 삶의 모델이 될 수 있는지 증명해야 한다는 역사적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거대한 명분이 20조 예산과 기업 유치로 완성될 수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특별시 행정으로 시민의 삶이 저절로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돈이 많아졌다고 청년이 곧바로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행정은 커졌는데 삶은 더 멀어지고, 예산은 늘었는데 현장은 더 가난해지는 일이 반복된다면 통합은 이름만 바꾼 중앙집권의 지방판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누구를 위한 미래인가. 청년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도시인가. 농어민이 생산자로만 머물지 않고 미래산업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구조인가. 예술가가 축제의 장식품이 아니라 도시의 감각과 철학을 설계하는 사람으로 존중받는가.

지금 중요한 것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무엇을 중심에 둘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찾는 일이다. AI 디지털 시대의 핵심은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감각과 상상력, 이야기, 관계, 놀이, 돌봄, 창조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기계가 계산하고 로봇이 움직이는 시대일수록 인간은 더 인간적인 능력으로 살아남는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가장 먼저 만난 인물이 e스포츠의 상징 페이커였다는 현실은 그가 주목하는 것이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감각하고 플레이하며 세계를 창조하는 인간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병한 박사가 말해온 문명 전환의 문제의식을 빌리면, 세계는 이미 산업문명을 지나 디지털·AI 문명의 초입에 서 있다. AI와 휴머노이드가 노동의 많은 영역을 대신하는 시대에 인간의 가치는 감각하고, 상상하고, 연결하고, 창조하는 능력에서 다시 발견된다. 이것이 AI 디지털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도시의 방향이다.

따라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미래도시의 답을 찾는다면, 그 답은 그 기술을 가지고 놀며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크리에이터와 예술가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시대의 요구인 것이다. 이 변화의 감각을 읽지 못한다면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낡은 산업도시의 문법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광주는 민주주의의 기억, 문화중심도시의 상징, 인공지능 산업의 기반을 가지고 있다. 전남은 바다와 섬, 농업과 어업, 재생에너지와 생태 자원을 품고 있다. 한쪽은 정신과 도시의 밀도를 가졌고, 다른 한쪽은 자연과 미래 산업의 넓이를 가졌다. 이 둘이 만난다는 것은 새로운 문명적 상상력을 만들어낼 기회다. 그러므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미래비전에서 문화예술은 부속 항목이어서는 안 된다. 문화예술은 도시가 자기 자신을 해석하는 힘이다. 광주의 5·18과 예향의 기억,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골목의 서사, 전남의 섬과 바다와 숲과 농촌의 생명력은 AI 시대에 가장 강력한 콘텐츠의 원천이다. 이것을 단순한 관광자원으로 소비할 것인가, 세계가 주목할 창조 생태계로 전환할 것인가. 바로 여기에 통합특별시의 성패가 걸려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특별해지는 길은 민주주의의 기억, 남도의 생태, 예술의 감각, AI 디지털 문명의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삶의 형식을 제시하는 데 있다.

이제 통합특별시는 미래세대를 위해 새로운 문명의 길로 과감히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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