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않고 고쳐 쓴다"…소비 바꾼 ‘수선경제’

고물가 장기화에 소비지출 부담↑…새 제품 대신 수리
업계 "계절 상관없이 문의 증가"…생활밀착 서비스 주목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2026년 07월 12일(일) 18:01
“예전 같으면 새 운동화를 샀겠지만 이제는 밑창만 갈아 신습니다.”

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전남광주 시민들의 소비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새 제품을 구매하기보다 기존 물건을 수리하거나 복원해 사용하는 이른바 ‘수선경제’(Repair Economy)가 생활 속 새로운 소비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12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48만1000원, 소비지출은 310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월평균 소득(535만1000원) 2.4% 증가했지만 소비지출(295만원)은 5.3% 늘어 소득 증가율을 웃돌았다.

가계지출 역시 407만2000원에서 424만1000원으로 증가했고,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평균소비성향도 69.8%에서 71.5%로 높아졌다.

소비지출 증가 폭이 소득 증가 폭보다 커지면서 가계의 체감 부담이 한층 커진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가계 소비에서도 나타난다.

생활비 부담이 커지자 소비자들은 구매를 미루거나 기존 제품을 최대한 오래 사용하는 방향으로 소비 패턴을 바꾸고 있다.

의류는 기장을 줄이거나 지퍼를 교체해 입고, 운동화는 세탁과 밑창 교체를 통해 다시 신는다.

스마트폰 역시 액정이나 배터리만 교체해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선풍기와 전기밥솥 등 생활가전도 간단한 부품 교체를 통해 수명을 연장하는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 지역 수선업계에서는 바지 기장 수선이 보통 5000원~1만원, 의류 지퍼 교체는 1만5000원~3만원, 정장 품 수선은 3만~6만원 선에서 이뤄진다.

운동화 세탁은 1만5000~2만5000원, 밑창 교체와 복원은 4만~8만원, 가죽 가방 복원은 상태에 따라 5만~15만원 정도가 일반적이다.

스마트폰은 액정 교체 시 기종에 따라 10만~30만원, 배터리 교체는 5만~10만원 수준이며, 전기밥솥이나 선풍기 등 소형가전도 부품 교체만으로 새 제품을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에 사용할 수 있다.

소득보다 생활비가 더 빠르게 늘어나면서 ‘버리는 경제’에서 ‘고쳐 쓰는 경제’로 소비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 남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37)는 최근 밑창이 닳은 운동화를 새로 구입하는 대신 복원업체를 찾았다.

수만원의 비용으로 세탁과 밑창 교체를 마친 운동화는 새것과 다름없는 상태가 됐다.

김씨는 “새 운동화 가격이 너무 올라 웬만하면 고쳐 쓰자는 생각이 먼저 든다”며 “휴대전화도 액정만 교체했고, 옷들도 새로 사기보다 수선을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수선업체들은 이 같은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서구에서 의류 수선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예전에는 계절이 바뀔 때만 손님이 몰렸지만 최근에는 계절과 상관없이 꾸준히 수선 문의가 들어온다”며 “브랜드 의류나 정장을 오래 입기 위해 수선을 맡기는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수선경제가 단순한 절약을 넘어 소비 가치관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경제업계 관계자는 “장기화한 고물가 시기와 더불어 환경 보호, 자원순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쉽게 버리지 않고 오래 쓰려는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면서 “동시에 온라인 쇼핑과 대형 유통업체의 공세 속에서도 기술력을 갖춘 수선업은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생활밀착형 서비스라는 점에서 지역 소상공인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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