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수록 손해" 소비촉진·일손돕기에도 양파 농가 시름

햇양파 풍년에 산지가격 ㎏ 당 300원대 폭락
인건비·비료값 부담…근본적 수급대책 절실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2026년 07월 12일(일) 20:13
햇양파 풍년에 산지가격이 크게 떨어져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무안군의 한 양파밭에 수확을 마친 양파들이 망에 담겨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양파 소비촉진 행사와 농촌 일손돕기를 잇달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산지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출하량 증가로 가격이 생산비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하소연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회성 소비 확대보다 근본적인 수급 조절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양파(상품·10㎏) 가격은 지난해 동기대비 19.8%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햇양파 출하가 본격화되면서 공급이 크게 늘어난 반면, 소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양파 주산지인 전남 지역 농가들은 올해 작황은 좋았지만 웃지 못하는 수확철을 보내고 있다. 생육 여건이 양호해 생산량이 늘어난데다 출하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산지 가격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제값을 받기 어려워 출하를 미루거나 저장을 선택하는 농가도 늘고 있지만, 저장 비용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가격 회복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남 무안에서 20년 넘게 양파를 재배하고 있는 농민 김수형씨(58)는 “㎏당 500~600원은 받아야 농사 지은 보람이 있는데 올해는 300원대까지 떨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이 가격에 출하하면 운반비는 물론 인건비도 건지기 어렵다. 수확을 해놓고도 선뜻 팔지 못하는 농가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람이 없어 수확을 못 하는 것보다 더 답답한 건 수확을 해도 제값을 못 받는 현실”이라며 “소비촉진 행사로 조금씩 팔린다고 하지만 농가 입장에서는 체감이 거의 없다. 생산비도 못 건지는 가격이 이어지면 내년 농사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될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정부와 농협은 양파 가격 안정을 위해 소비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형마트와 하나로마트 할인행사를 확대하고 군 급식과 학교급식 공급을 늘리는 한편, 직거래 장터와 특판행사도 잇달아 열고 있다. 수확철 인력난을 덜기 위해 공공기관과 군부대, 자원봉사단체 등이 참여하는 농촌 일손돕기도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농가에서는 이러한 대책이 ‘당장의 숨통’은 틔워줄 수 있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격이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많이 팔아도 소득 감소를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격 하락이 장기화되면서 농가의 경영 부담도 커지고 있다. 비료와 농약, 종자, 농기계 임차료, 인건비 등 생산비는 해마다 오르고 있지만 판매가격은 오히려 떨어지면서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일부 농민들은 생산량이 많을수록 손실 규모가 커지는 상황을 호소하며 재배 면적 축소까지 고민하고 있다.

농민 박모씨(63)는 “수확철 인건비만 하루 13만원 안팎이고 비료값이나 농약값도 예전보다 크게 올랐다”며 “농사짓는 데 들어가는 돈은 계속 늘어나는데 양파값은 오히려 떨어지니 팔수록 적자가 나는 셈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내년에는 재배 면적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또 “창고에 보관하면 저장비가 계속 들어가고, 그렇다고 가격이 언제 오를지 기약도 없다. 결국 버티는 사람만 손해를 보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업계에서는 소비촉진만으로는 가격 회복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출하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일정 물량을 시장에서 격리하거나 저장 지원을 확대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수급 관리가 병행돼야 가격 급락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계약재배 확대와 재배면적 조절 등 중장기적인 생산 관리 대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안 양파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소비촉진 행사와 일손 지원은 필요한 정책이지만 지금 농민들이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것은 적정 가격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라며 “해마다 반복되는 가격 폭락을 막으려면 단기 행사보다 선제적인 수급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김은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83854785542009000
프린트 시간 : 2026년 07월 10일 21:5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