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벼락거지’ 피하려다 선 벼락 낭떠러지

김은지 산업경제부 기자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2026년 07월 23일(목) 17:03
김은지 산업경제부 기자
한때 ‘영끌’은 부동산 시장의 상징이었다.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던 시기, 대출을 최대한 끌어모아 집을 사야 한다는 조급함이 사회를 지배했다. 그러나 고금리와 대출 규제 강화로 부동산 시장의 문턱은 높아졌고, 이제 많은 청년들에게 내 집 마련은 ‘꿈’보다 ‘포기’에 가까운 단어가 됐다.

문제는 포기한 돈이 갈 곳도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부동산을 접은 자금은 자연스럽게 주식시장으로 향했다. 예·적금 금리는 물가를 따라가기 어렵고, 집은 살 수 없으니 증시가 사실상 유일한 투자처가 된 것이다. 최근 코스피가 강세를 보이면서 투자 열기는 다시 뜨거워졌고, 해외주식과 레버리지 ETF 투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개인투자자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변동성이 커질수록 수익보다 손실을 경험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고, 단기간에 큰돈을 벌겠다는 조급함은 더 큰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전문가들조차 개인투자자에게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결국 청년들은 ‘부동산에서도 밀리고, 주식에서도 흔들리는’ 상황에 놓였다. 자산을 불릴 기회는 줄어드는데 물가는 오르고, 월급만으로는 미래를 준비하기 어려운 현실이 이들을 더 위험한 투자로 내몰고 있다. 투자 실패는 단순히 돈을 잃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빚과 좌절,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투자에는 언제나 자기 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을 개인의 욕심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안정적으로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사다리가 하나둘 사라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집은 너무 비싸 포기했고, 그렇다고 은행에 돈을 맡겨서는 자산이 불어나지 않는다. 결국 위험을 감수하고 시장으로 뛰어드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부동산 사다리가 부서진 사회에서 주식시장으로 내몰린 이들의 고충을 단순히 ‘개인의 무모한 투기’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부동산을 포기한 자리는 주식이 채웠고, 그마저도 높은 변동성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자산시장만 바라보며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사회라면 문제는 투자자가 아니라 구조에 있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음 투자처’가 아니라, 땀 흘려 일하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최소한의 믿음을 되찾아 주는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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