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전남광주통합특별시 반도체 백년대계를 위한 제언 정명철 건축사정책연구소 소장·경기도 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
정명철gn@gwangnam.co.kr |
| 2026년 07월 28일(화) 17: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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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철 건축사정책연구소 소장 |
그리고 그 출범과 함께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소식이 전해졌다. 정부가 광주군공항 부지를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핵심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광주군공항은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광주와 무안이 갈등을 반복하던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대한민국 서남부 첨단산업 수도를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위기로 보였던 공간이 미래를 바꾸는 국가 전략 거점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현재 경기도 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는 매달 한 번, 광주에서 경기도청으로 향하고 있다. 이 출장은 나에게 단순한 출장이 아닌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미래가 만들어지는 현장을 직접 확인하는 시간이자, 지방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시간이다.
매월 평균 3건 안팎의 산업단지 개발계획을 심의하고 있고 최근 몇 년 사이, 심의 물량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유는 분명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세계적인 앵커기업을 중심으로 수많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일반산업단지 조성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장 하나가 들어서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주변에는 장비업체, 소재기업, 연구시설, 물류기업, 데이터센터가 연쇄적으로 들어온다. 결국 반도체 클러스터는 공장 하나가 아니라 도시 하나를 만드는 국가 프로젝트인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바라본 현실은 또 다른 과제를 보여준다.
최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근 산업단지 심의에서는 전력과 용수 확보 문제가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단지를 지정하는 것보다 기업이 실제 공장을 가동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전력망과 산업용수를 공급하는 일이 훨씬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반드시 배워야 할 중요한 교훈이다.
반도체는 부지만 있다고 되는 산업이 아니다. 충분한 전력, 안정적인 용수, 신속한 인허가, 우수한 교통망, 연구개발 인프라, 그리고 전문인력을 함께 갖춰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투자 일정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3월 필자는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변경계획을 심의하면서 과거 입지 결정 과정의 중요한 교훈을 다시 떠올렸다.
당시 경기도는 경기 북부 균형발전을 위해 북부 입지를 적극 검토했지만, SK하이닉스는 기존 이천·화성·평택 생산기지와의 연계성과 우수 인재 확보를 이유로 경기 남부 입지를 강하게 요구했다. 기업은 정치적 명분보다 생산성과 경쟁력을 선택했다. 결국 경기도 역시 기업의 현실적인 요구를 받아들여 오늘날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가 만들어졌다.
이 사례는 우리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준다. 기업이 있어야 인재가 모이고, 인재가 있어야 다시 기업이 투자한다.
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반도체 정책의 핵심이다.
며칠 전 정부가 발표한 호남권 제2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산업단지 지정부터 착공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토지보상, 환경영향평가, 전력망 구축, 용수 확보, 교통 인프라 확충 등 어느 하나 쉬운 과정이 없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10년이 걸린다고 시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20년 후에도 아무것도 갖지 못한다. 지금의 시작이 미래 세대에게는 가장 큰 자산이 된다.
전남광주특별시는 수도권과 다른 강점을 갖고 있다.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전력 공급 여건, 넓은 산업용지 확보 가능성, AI 국가시범도시 기반, 그리고 광주군공항이라는 대규모 전략 부지가 있다.
이러한 강점을 하나의 국가 프로젝트로 묶어낸다면 대한민국 서남부 첨단산업 수도는 결코 꿈이 아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군공항의 신속한 이전,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산업 환경 조성, 미래모빌리티 산업 환경 조성을 각각 따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통합해야 한다.
전남광주특별시는 출범과 동시에 대통령실,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국방부, 한국전력, 한국수자원공사, 대학,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호남 반도체 특별추진단’을 구성하여 전력·용수·교통·인허가를 동시에 추진하는 실행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원하는 시간표를 제시하는 것이다.
언제 전력이 공급되는지, 언제 용수가 확보되는지, 언제 착공할 수 있는지, 언제 생산을 시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있어야 기업도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건축은 설계도면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착공과 준공이 있어야 비로소 건축이 된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전남광주특별시는 이제 막 첫 삽을 들었다. 광주군공항은 더 이상 갈등의 상징이 아니라 대한민국 서남부 첨단산업 수도를 설계할 수 있는 백지다.
그 백지 위에 세계적인 반도체 도시를 그려 넣을 것인지, 또 하나의 기회를 흘려보낼 것인지는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100년 뒤 후손들이 기억할 것은 오늘의 논쟁이 아니라 우리가 남긴 도시와 산업 생태계일 것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그러나 첫 삽은 반드시 지금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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