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조용한 이별"…‘무빈소 장례’ 확산

가족장 문의·이용 급증…상조업계 변화 대응 분주
비용 10% 수준으로 저렴…음식·접객 부담도 줄어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2026년 08월 02일(일) 17:29
사진 출처=클립아트 코리아
# 최근 부친상을 치른 광주 시민 김모씨(54)는 빈소를 차리지 않는 이른바 ‘무빈소 장례’로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친척과 지인들에게는 부고를 최소한으로 알리고 가족들만 입관과 발인, 화장을 함께했다. 김씨는 “예전 같으면 체면 때문에라도 빈소를 마련했겠지만 조문객을 맞느라 정작 가족들이 추모할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았다”며 “장례는 보여주기보다 가족의 마지막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광주에서도 빈소를 마련하지 않고 가족만 고인을 배웅하는 ‘무빈소 장례’가 새로운 장례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무연고자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이 주로 선택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현실적인 이유와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조문 문화, 고인의 뜻을 존중하려는 인식 변화가 맞물리면서 일반 가정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2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지역 장례업계에 따르면 현재 광주지역 대부분의 장례식장에서 무빈소 장례를 운영하고 있으며, 관련 문의와 이용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역 장례식장들은 이러한 변화를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

금호장례식장은 최근 두 달 사이 무빈소 장례 건수가 이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과거 월 3~5건 수준이던 무빈소 장례가 최근에는 월 10건 안팎으로 증가했고, 관련 문의도 수십 건에 이른다.

금호장례식장 관계자는 “예전에는 비용 때문에 조심스럽게 문의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지금은 ‘가족끼리만 조용히 치르고 싶다’며 먼저 무빈소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자녀들이 수도권에 거주하거나 가족 규모가 작아진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빈장례식장도 한 달 평균 4~5건의 무빈소 장례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족이 있는 고령층까지 선택층이 넓어지는 분위기다.

국빈장례식장 관계자는 “90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생전에 ‘조문객은 받지 말고 가족끼리만 보내달라’는 뜻을 남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빈소는 운영하지 않지만 가족들이 충분히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별도의 이별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장례식장과 베스트장례식장 역시 최근 1~2년 사이 무빈소 장례와 관련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가족이 적거나 조문객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형제와 직계가족만 참여하는 소규모 가족장을 선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무빈소 장례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부담이다.

광주지역 일반 장례는 조문객 규모에 따라 평균 500만~15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지만 무빈소 장례는 150만~300만원 수준이면 가능하다. 일반 장례의 경우 음식과 접객 비용이 전체 장례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무빈소 장례는 이러한 비용이 대부분 발생하지 않는다.

한 장례식장 관계자는 “예전에는 조문객이 50명 정도만 올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음식은 60인분 이상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최근에는 부의금을 계좌이체로 보내고 직접 조문하지 않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음식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가족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장례식장들도 변화하는 수요에 맞춰 가족 중심의 장례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일부 장례식장은 소규모 추모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거나 가족장을 위한 상품을 운영하는 등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핵가족화와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코로나19 이후 변화한 사회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장례의 의미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조문객을 맞이하는 의례에 무게가 실렸다면 이제는 고인의 뜻과 가족의 추모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장례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체면 때문에 빈소를 차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고인의 뜻과 가족의 의사를 우선하는 문화가 조금씩 자리 잡고 있다”며 “광주는 수도권보다 변화 속도가 느리지만 앞으로 10년 안에는 가족장과 무빈소 장례가 일반적인 장례 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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