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수첩] 친구소멸도시 김은지 산업경제부 기자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
| 2026년 08월 06일(목) 17: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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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지 산업경제부 기자 |
매년 반복되는 통계 속에서 광주의 인구 감소와 청년층 이탈은 익숙한 문제가 됐다. 하지만 그 익숙함이 더 큰 위기일 수 있다. 숫자로 확인되는 인구 감소 뒤에는 지역에서 함께 살아갈 또래와 관계망이 사라지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이 떠난 도시는 단순히 사람이 줄어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함께 밥을 먹고, 취업을 고민하고, 미래를 계획할 친구가 사라진다. 지역의 활력은 그렇게 조금씩 약해진다.
‘친구소멸도시’. 전남광주가 마주한 또 다른 위기다.
국가데이터처 통계는 광주·전남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광주는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인구 감소율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6월에도 792명이 순유출됐다. 특히 이동이 집중된 연령층은 20대와 30대였다.
청년이 떠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일자리를 찾아, 더 나은 주거 환경을 찾아, 더 많은 기회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청년 한 명이 지역을 떠날 때 사라지는 것은 단순한 인구 1명이 아니다. 그 사람이 맺고 있던 관계와 소비, 지역 활동, 미래의 가족까지 함께 빠져나간다.
전남의 일부 지역은 귀농·귀촌과 정주 정책 효과로 인구 감소세를 막아냈지만, 전국 최고 수준의 고령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청년이 유입되지 않는 지역에서 고령 인구 비중만 높아진다면 지속 가능한 지역 공동체를 유지하기 어렵다.
전남광주는 AI, 미래차, 에너지 등 미래산업 육성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고 있다. 청년 지원 정책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지원금이 아니다.
안정적인 일자리, 부담 가능한 주거, 그리고 함께 살아갈 또래와의 관계다. 친구가 있는 도시는 사람이 머문다. 새로운 만남이 있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친구가 사라지는 도시는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청년을 붙잡기 어렵다.
인구소멸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재난이 아니다. 청년들이 하나둘 떠나고, 빈자리가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이제 우리가 막아야 할 것은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다. 지역에서 함께 살아갈 사람을 잃는 ‘친구소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떠난 사람의 숫자를 세는 정책이 아니라, 꾸준히 머물고 싶은 이유를 만드는 일이다.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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