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여성사 재조명돼야…민주주의 과제는 ‘경청’

가두방송·헌혈·시신수습 등 항쟁 주체…역사에선 소외
젠더폭력 피해 치유·배상 미흡…역할·증언 재평가 필요

글·사진=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2026년 08월 06일(목) 18:08
5·18기념재단은 6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남구 양림동 오월어머니집에서 전 세계 민주주의·인권·평화 분야에서 활동하는 청년 활동가와 시민사회 구성원들을 초청해 ‘2026 5·18아카데미(May 18 Academy 2026)’를 개최했다.
5·18기념재단은 6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남구 양림동 오월어머니집에서 전 세계 민주주의·인권·평화 분야에서 활동하는 청년 활동가와 시민사회 구성원들을 초청해 ‘2026 5·18아카데미(May 18 Academy 2026)’를 개최했다.
5·18기념재단은 6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남구 양림동 오월어머니집에서 전 세계 민주주의·인권·평화 분야에서 활동하는 청년 활동가와 시민사회 구성원들을 초청해 ‘2026 5·18아카데미(May 18 Academy 2026)’를 개최했다.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에서 오랫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여성들의 역할과 경험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화의 주체였던 여성들이 역사 서술에서는 주변부로 밀려났고,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피해 역시 충분한 치유와 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이제는 여성들의 증언을 공동의 역사로 기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현애 전 오월어머니집 이사장은 6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남구 양림동 오월어머니집에서 열린 ‘2026 5·18아카데미’에서 ‘민중의 횃불이 된 어머니’를 주제로 발표하며 “5·18의 여성들은 민주주의를 지켜낸 또 다른 주역이었다”고 강조했다.

정 전 이사장은 이날 오월어머니 배지를 들어 보이며 “40여 년 만에 제작된 이 배지는 홍성담 화백의 판화 ‘횃불행진’을 형상화한 것으로, 횃불을 든 여성의 모습에는 희생과 나눔, 비폭력, 대동세상이라는 5·18 정신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80년 5월 여성들은 가두투쟁과 가두방송, 헌혈, 시위 안내, 식사 지원, 시신 수습, 성명서 작성 등 항쟁 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며 “송백회 등 진보적 여성단체는 이후 5·18민주화운동 자료를 정리하고 기록하는 데도 앞장섰다”고 말했다.

이어 “5월 당시 여성 12명이 목숨을 잃고 16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100여 명이 구속·수배돼 상무대와 광산경찰서 유치장 등에 수감됐다”며 여성들 역시 국가폭력의 직접적인 피해자였음을 강조했다.

항쟁 이후에도 여성들의 활동은 계속됐다.

정 전 이사장은 “1981년 전두환이 영광 원자력발전소 기공식 참석을 위해 광주를 방문했을 당시 구속자 가족들은 ‘구속자를 석방하라’고 외치며 차량을 막아섰다”며 “탄원과 재판 투쟁, 진상규명 운동을 이어온 이들이 바로 오월 어머니들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오월어머니집은 국가폭력으로 가족을 잃었지만 민주사회를 만들기 위해 평생 싸워온 여성들의 삶을 돌보고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라며 “초대 안성례 관장은 5·18 당시 부상자를 치료하고 이후 구속자가족협의회를 이끌며 진상규명과 오월어머니집 설립을 위해 헌신했다”고 소개했다.



송혜림 연세대 비교문학 박사는 6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전일빌딩에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 과제: 여성 증언과 역사’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6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전일빌딩에서 열린 송혜림 연세대 비교문학 박사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 과제: 여성 증언과 역사’ 주제 발표를 듣고 있는 참여자들의 모습.


이날 두 번째 발표에서는 민주화 이후에도 여성들의 경험이 역사 속에서 충분히 기록되지 못한 현실이 지적됐다.

송혜림 연세대 비교문학 박사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 과제: 여성 증언과 역사’를 주제로 발표하며 “1987년 민주화는 제도적으로 완성됐지만 5·18 여성들의 경험과 목소리를 역사에 담아내는 민주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 박사는 영화 ‘꽃잎’을 사례로 들며 역사적 사건의 생존자인 여성들이 극심한 트라우마로 자신의 경험을 온전히 말하기 어려운 현실과, 이를 주변인이 대신 서술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한계를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5·18 서사는 시민군 중심으로 구성되면서 여성들은 ‘주먹밥을 만든 어머니’나 ‘희생자 가족’ 정도로만 재현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실제 여성들은 가두방송과 시위, 유인물 제작, 헌혈 등 항쟁의 핵심 주체였음에도 초기 기록에서는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피해 문제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됐다.

송 박사는 “1988년 공개 증언이 있었지만 국가의 부인과 지역사회의 낙인 때문에 피해자들은 오랫동안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며 “2018년 김선옥 씨의 공개 증언 이후 특별조사와 진상규명이 이뤄졌지만 피해 회복과 치유, 배상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피해자에게 먼저 말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사회가 귀 기울이는 데서 시작된다”며 “여성과 젠더폭력 피해자의 증언을 공동의 역사로 받아들이는 것이 민주화 이후 우리가 완성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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