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작업은 멈춰도 납기 시계는 돈다

송대웅 산업경제부 차장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2026년 08월 10일(월) 17:59
송대웅 산업경제부 차장
올해 신설된 ‘폭염 중대경보’가 내려지면 산업현장은 그야말로 비상이다. 긴급조치 작업을 제외하고는 모든 옥외 작업이 중지되기 때문이다.

이는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일인 만큼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문제는 작업을 멈춘 시간만큼 공사기간이나 제품 납품기한도 함께 멈추느냐인데, 현장의 대답은 ‘아니다’였다.

최근 찾은 광주의 한 중소 제조업체는 용접공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었다. 예년에도 여름철 인력 확보가 쉽지 않았지만 올해는 구직 문의조차 드물다고 했다. 어렵게 인력을 구해도 뜨겁게 달궈진 철재와 용접 열기 앞에서는 작업 속도를 내기 어렵다. 휴식시간을 늘리면 생산량이 줄고, 작업을 이어가면 온열질환과 산업재해 위험이 커진다.

기업들은 이동식 냉방설비를 가동하고 보냉조끼를 지급하지만 현장의 열기를 온전히 식히지는 못한다. 넓은 공장 전체를 냉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두꺼운 보호장비 위에 보냉조끼까지 입으면 몸놀림이 둔해진다. 냉방설비 가동으로 늘어난 전기요금도 고스란히 기업의 몫이다.

폭염으로 작업시간이 줄어도 인건비와 시설 유지비 등 고정비는 그대로 발생한다. 줄어든 생산량을 만회하려고 인력을 추가로 투입하거나 작업시간을 늘리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인력과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일수록 폭염에 대응하기 위해 지출해야 할 비용은 커지지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은 오히려 부족하다.

그래도 납기 시계는 계속 돈다.

특히 관급제품은 계약 단계에서 납품기한이 정해지면 폭염으로 작업시간이 줄거나 인력을 구하지 못해도 일정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한쪽에서는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작업을 중지하라고 요구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당초 정한 기한에 맞춰 제품을 납품하라고 한다. 현장에서는 “결국 알아서 안전도 지키고 납기도 맞추라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기록적인 폭염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폭염의 강도와 지속기간이 길어지면서 생산 차질도 산업현장이 매년 대비해야 하는 상시적인 위험이 됐다. 냉방장비를 나눠주고 현장점검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생산량 감소와 납기 부담을 해결할 수 없다.

안전을 위해 작업을 멈추라고 했다면 그로 인해 발생한 생산 차질과 납기 지연도 제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납기는 그대로 둔 채 작업중지만 강조해서는 현장의 부담을 덜 수 없다. 근로자의 안전과 기업의 생산활동을 함께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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