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뭣이 중한디"…소지역주의에 막힌 ‘전남 통합의대’

최현수 편집국장

최현수 기자 press2020@gwangnam.co.kr
2026년 08월 24일(월) 08:39
최현수 편집국장
“시방 뭣이 중한디….”

영화 속 유명해진 대사가 떠오르는 요즘이다.

대학 통합을 전제로 한 전남지역의 ‘통합 의과대학’ 신설이 끝내 무산됐다.

국립목포대학교와 국립순천대학교는 정부가 제시한 ‘대학 통합 및 의대 설립 합의’ 마감 시한인 20일까지 의대 소재지를 두고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36년간 전남도민의 숙원사업인 ‘국립 의과대학 신설’의 좋은 기회가 눈앞에 다가왔지만, 결국 지역 사회와 대학 간 갈등으로 좌초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 전남지역의 열악한 의료 현실을 감안하면 참담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 이재명 정부는 ‘의대 없는 지역의 의대 신설 추진’을 국정과제로 내걸고 오는 2030년까지 의대정원 100명 배정을 약속했다. 하지만 대학과 지역사회가 굴러 들어온 복을 걷어 차버렸다.

전남의 의료 현실은 윤리나 명분의 문제가 아닌, ‘생존’ 그 자체의 문제다. 인구 1000명당 필수의료과목 전문의 수가 0.29명으로 전국 최하위권이다.

22개 시군 가운데 군지역 대부분이 응급·분만·소아 진료조차 제때 받기 힘든 ‘의료취약지’다. 실제로 병실을 찾아 헤매다 골든타임을 놓치고, 임산부가 출산을 위해 타지로 원정을 떠나고, 아이가 아파도 갈 소아과가 없어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처지다. 골든타임 확보가 시급한 지역민들의 생명권과 공공의료 체계 구축이 그 무엇보다 절박하다는 얘기다.

전남은 1990년부터 의대 유치를 추진해 왔다. 30여년 동안 정치권과 의료계의 이런 저런 이유로 번번히 무산됐지만 포기하지 않고 유치 노력을 이어왔다. 최근 정부가 ‘의대 없는 지역 의대 신설 추진’으로 지역민들의 의대 유치 기대감이 높았다.

국립목포대학교와 국립순천대학교는 의대 설립이라는 큰 틀의 취지에는 모두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양 대학은 대학본부, 의대, 대학병원 등의 핵심 인프라를 어디에 둘 것인지를 두고 첨예한 대립만 거듭하며 끝까지 평행선을 달렸다. 전남광주특별시와 정치권이 중재안을 내놓으며 설득하며 수차례 나섰으나 순천(동부권)과 목포(서부권)의 갈등을 중재하는 데 실패했다.

지역의료 현실은 을 무시한채 ‘우리 지역, 우리 대학으로 와야 된다’는 소위 밥그릇 싸움으로 치닫으면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의대 신설의 기회를 스스로 날려 버렸다.

결국 전남광주특별시는 교육부에 핵심사안인 의대와 대학병원 소재지를 결정하지 못한 ‘반쪽짜리’ 의대 신설 추진 계획서를 제출했다. 통합의대는 무산됐고, 이제는 정부의 배려나 ‘처분’을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됐다.

정부는 제출된 계획서를 검토해 이달 중 의대 신설 지역과 대학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지만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별시는 양 대학의 통합의대가 불발됐지만 의대 설립방식 변경 등 대안을 찾아 정부를 설득해 의대 설립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뒤늦게 경쟁에 뛰어든 경북은 안동대와 경북도립대를 통합해 만든 국립경국대에 의대를 신설하는 지원 계획서를 제출해 주도권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경국대가 의대 정원을 50명으로 제출해 전남광주에 50명 규모의 의대가 허용될 여지는 남아 있다.

이제 전남 국립의대의 운명은 정부의 손으로 넘어갔다.

양 대학은 지난 2024년 대학 통합에 합의했지만, 이후 의대 소재지를 둘러싼 갈등을 좁히지 못했다. 통합 합의 이후 1년 8개월 동안 이어진 협상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정부가 단독 의대를 지정하든, 정원을 분산 배정하든, 갈라진 민심과 지역사회 후폭풍은 불가피해 보인다.

대학 통합은 지방소멸 위기속에서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상생의 교두보가 마련된다. 의대 유치를 마치 자기 지역의 몫처럼 주장한 대학과 정치권, 행정기관, 시민사회단체들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7월 공식 출범했다. 전남과 광주는 한뿌리다.

앞으로 지역내 풀어야한 각종 현안사업의 산적하다. 이번에 통합의대 유치를 놓고 불거진 구성원간 ‘지역 이기주의’는 통합 전남광주를 이끌어가는데 큰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지금 전남광주에 진짜 필요한 것은 ‘물리적 결합’을 넘어 비전과 마음을 공유하는 ‘화합적 통합’이 필요하다. 기득권을 내려놓는 양보와 지역 전체의 생존과 미래를 위한 통큰 타협을 이끌어내는 정치적 리더십과 성숙한 시민의식이 가장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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