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팀에 보탬 되고 싶었다"…KIA 이호연이 만든 기적

9회말 2사 만루 대타 역전 끝내기 그랜드슬램…KBO 최초
"돌아가신 아버지가 가장 생각나… 내일부터 똑같이 준비"

송하종 기자 hajong2@gwangnam.co.kr
2026년 08월 26일(수) 16:28
이호연. 사진제공=KIA타이거즈
이호연. 사진제공=KIA타이거즈
“오늘까지만 딱 짜릿한 느낌을 갖고, 내일부터는 다시 똑같이 제 루틴을 지키면서 준비할 것 같습니다.”

프로 데뷔 후 가장 짜릿한 한 방을 터뜨렸지만 KIA타이거즈 이호연은 들뜨지 않았다.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던 단 한 번의 기회를 KBO리그 역사에 남을 홈런으로 연결한 그는 기쁨은 이날까지만 누리겠다며 다시 치열한 경쟁을 준비했다.

이호연은 지난 2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자이언츠와의 2026 신한 SOL KBO리그 주중 1차전 경기에서 팀이 4-5로 뒤진 9회말 2사 만루에서 대타로 나서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KIA는 이호연의 한 방으로 8-5 역전승을 거두며 2연패에서 탈출했다. 시즌 61승 2무 50패를 기록한 KIA는 4위를 지키면서 3위 LG트윈스와 0.5게임 차를 유지했다.

극적인 순간이었다. 9회말 1사 후 나성범의 안타를 시작으로 김호령의 안타와 김태군의 볼넷이 이어지면서 2사 만루가 됐다. 이범호 감독은 변우혁 대신 이호연을 선택했다.

타석에 들어가기 전부터 승부구는 머릿속에 있었다.

이호연은 경기 후 “내 스윙을 하자, 소극적으로 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들어갔다”며 “대기 타석에서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스트라이크존을 높게 설정하라고 말씀해주셨다. 대기 타석에서부터 포크볼만 노렸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롯데 마무리 김원중의 초구 포크볼에 헛스윙했지만 오히려 타이밍을 잡는 계기가 됐다. 이후 볼 2개를 골라낸 뒤 다시 포크볼을 상대했다. 이 공은 한가운데로 몰렸고, 이호연은 놓치지 않았다.

타구는 우측 담장을 향해 높게 뻗었다. 이호연조차 처음부터 홈런을 확신하지 못했다.

그는 “노리던 공이 딱 들어와서 쳤는데 ‘잘 맞았네’라는 느낌은 있었다. 그런데 넘어갈 줄은 몰랐다”며 “타구가 빨리 떨어지지 않아서 어디든 빨리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운이 좋게 넘어갔다”고 웃었다.

이번 한 방으로 여러 기록도 새로 썼다. 이호연에게는 프로 데뷔 첫 대타 홈런이자 첫 만루홈런, 첫 역전 끝내기 홈런이었다.

KBO리그 역사를 통틀어도 대타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은 2017년 5월 18일 이택근(당시 넥센)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특히 9회말 2사 만루에서 대타로 나서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을 터뜨린 것은 KBO리그 출범 이후 이호연이 처음이다.

불과 이틀 전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패했던 KIA에는 더욱 특별한 한 방이었다. KIA는 지난 23일 키움히어로즈전에서 9회말 2사 후 김재현에게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을 허용해 7-8로 패했다. 한 경기 만에 이호연이 같은 9회말 2사 상황에서 정반대의 드라마를 만들었다.

그가 홈런을 확인하고 베이스를 돌던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가족이었다. 특히 지난해 이맘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생각났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까지 야구했던 순간들과 부모님이 가장 많이 생각났다. 아까는 울 것 같았다”며 “아버지가 지난해 딱 이맘때 돌아가셨고 이번 달이 첫 기일이다. 아버지가 제일 많이 생각났다”고 언급했다.

이호연에게 이번 홈런은 더 특별할 수밖에 없다. 광주에서 야구를 시작한 그는 수창초-진흥중-광주제일고-성균관대를 거쳐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의 지명을 받아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KT위즈를 거쳐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고향팀 KIA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고향으로 돌아온 뒤에도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시즌 대부분을 퓨처스리그에서 보내야 했다. 4월 잠시 1군에 머문 뒤 다시 퓨처스팀으로 내려갔고, 지난달 31일에야 다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내야 경쟁이 치열한 탓에 선발보다 대타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도 마음가짐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호연은 “처음 KIA에 왔을 때부터 고향팀이기도 하고, 퓨처스리그에서 경기를 뛰면서 1군에 올라왔을 때 팀에 보탬이 되자는 마음이었다”며 “오늘 하루는 팀에 보탬이 된 것 같아서 기쁘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팀의 연패를 끊어냈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그는 “무엇보다 팀이 이겨서 너무 좋다. 긴 연패에 빠지지 않고 순위 싸움을 이어가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었다”며 “한 경기라도 팀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게 정말 좋다”고 강조했다.

역사적인 홈런이었지만 이호연에게 25일의 영광은 오래 붙잡아 둘 기억이 아니다. 다음 기회가 언제 찾아올지 알 수 없는 만큼 다시 평소처럼 준비하겠다는 각오다.

이호연은 “오늘은 똑같은 하루로 넘어갈 것 같다. 오늘까지만 딱 짜릿한 느낌을 갖겠다”며 “내일부터 경기장에 나오면 다시 루틴을 지키고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연습하면서 똑같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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